KAIST, 차세대 CAR-T 세포치료제 개발
한계였던 ‘면역억제 현상’ 극복한 새로운 기술
국내 최초로 삼성서울병원서 3월부터 임상 진행

국내 연구진이 면역관문 신호를 극복하는 차세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chimeric antigen receptor T, CA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 면역관문 수용체는 CAR-T 세포의 효능을 제한하는 요소로 지목돼 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은 생명과학과 김찬혁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CA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CAR-T 세포 치료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CAR-T 세포 치료제는 항암과 항바이러스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인 T 세포에 CAR 유전자를 도입해 항암 기능을 증가시킨 유전자 세포치료제다. 기존 모든 항암 치료가 효과가 없었던 말기 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80% 이상의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며 ‘기적의 항암제’로도 불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임상시험에서 CAR-T 세포 치료제가 극적인 효과를 보인 암종은 B 세포성 급성 백혈병과 다발 골수종 같은 혈액암에 국한돼 있다. 혈액암 중에서도 B 세포성 만성 백혈병과 림프종에서는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낮으며 특히 고형암에서는 높은 효과를 보이는 CAR-T 세포 치료제가 없다.

연구 모식도(제공: KAIST)
연구 모식도(제공: KAIST)

연구진은 CAR-T 세포의 효능을 제한할 수 있는 잠재적 요소 중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면역관문 수용체에 주목했다. T세포에 발현하는 다양한 면역관문 수용체는 T세포가 지속해서 활성화될 때 생기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지만 암 세포가 이를 악용해 면역계 작용을 회피하도록 한다.

연구진은 CAR-T 세포 치료제 제작에 사용되는 렌디바이러스 백터를 두 종류의 짧은 헤어핀 RNA((short hairpin RNA, shRNA)가 CAR 유전자와 함께 발현하도록 개량했다. 그리고 shRNA 2종을 동시에 발현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조합의 면역관문 수용체의 발현을 억제해 봤다. 그 결과 PD-1과 TIGIT 조합이 유독 CAR-T 세포의 기능을 높게 향상시키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후 전사체 분석과 세포기능 시험을 통해 PD-1 발현 억제는 CAR-T 세포의 작용 기능(effector function)을 향상하는데 비해 TIGIT 발현 억제는 분화를 지연시켜 생체 내에서 CAR-T 세포의 증식과 지속성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shRNA를 통해 T세포의 기능 저하를 유도하는 면역관문 수용체 PD-1과 TIGIT의 발현을 동시에 억제했을 때 생쥐를 이용한 백혈병과 림프종 모델에서 CAR-T 세포의 향상된 항암 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김 교수가 공동 창업한 CAR-T 세포 치료제 전문 개발 벤처인 ㈜큐로셀에 기술 이전돼 지난 3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1b/2a 단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 대상은 기존 항암 치료 후 재발·불응하는 미만성 거대 B 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DLBCL) 환자다. 이는 국내에서 국내 기술로 시도된 최초의 CAR-T 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이다.

CAR-T 세포 치료제는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2종이 허가를 받은 후 현재까지 총 5종이 허가됐다. 최근에는 중국이 대규모 투자와 공격적인 임상 연구를 진행하면서 CAR-T 치료제 분야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CAR-T 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500여건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1건만 진행 중이다.

제1 저자이자 공동 교신저자인 KAIST 생명과학과 이영호 박사후연구원은 “PD-1과 TIGIT 신호 차단은 CAR-T 세포가 면역억제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고안된 새로운 기술 전략으로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림프종 환자분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제로 여겨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CAR-T 치료제 개발 경험은 고형암을 포함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큰 자양분이 될 것ˮ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유전자 세포 치료제 학회(American Society of Gene & Cell Therapy, ASGCT) 공식 학술지인 ‘분자 치료(Molecular Therapy)’ 10월 온라인 판에 출판됐다(논문명 : PD-1 and TIGIT downregulation distinctly affect the effector and early memory phenotypes of CD19-targeting CAR T c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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