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아닌 이병환 씨, 침 시술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
항문침 특허도 2017년 ‘등록료 미납’으로 소멸
한의협 "항문침? 한의학적 근거 없고 시술하는 한의사도 없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뜬금없이 '항문침 전문가'가 등장했다. 자칭 '항문침 전문가'라는 이병환 씨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밀착 수행하고 있다는 논란이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이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씨는 본인을 항문에 침을 놓아 뇌신경 마비 또는 중풍 치매 치료를 할 수 있는 항문침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한 침술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의료법상 침 시술은 한의사만 할 수 있다.

한의계는 항문침 자체도 한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항문 근처 ‘장강’이라는 혈자리가 존재하지만 문헌상으로도 실제 침을 놓아 효과를 봤다는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병환이 '항문침' 시술했다면? 국내에서는 ‘무면허 의료행위’

다수 언론을 통해 이 씨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항문침을 개발한 것은 물론 중국과 필리핀에서 침구사 자격을 취득한 ‘세계침구의학 전문의’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의 '주장'이다.

의료법상 침 시술은 의료행위로 한의사에게만 허용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법상 침 시술을 할 수 있는 침구사는 일제시대 때 자격증을 받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제시대에 침사와 뜸을 뜨는 부사로 이분화 돼 운영되던 침구사 제도는 해방 이후 잔존하다 지난 1951년 지금의 한의사제도가 만들어지면서 명맥이 끊긴 상태다.

때문에 한의사와 일제시대 자격증을 가진 일부 침구사를 제외한 사람이 침 시술을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 7월 한의사에게만 침·뜸 시술을 허용한 의료법 제27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침구사는 소멸이 예정된 자격증이다. 한의사 면허제도가 확립되기 전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침사와 부사가 잔존하고 있지만 이후 새롭게 배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법상 한의사나 침구사가 아닌 이들이 침을 놓는다면 무면허 의료행위고 침구의학 전문의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의사를 사칭하는 것”이라며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해야 침구의학 전문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2019년 한의협으로부터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올해 9월 이 씨에게 구약식 행정 처분을 내렸다.

‘항문침’ 특허 2017년 소멸…“돌팔이 아니겠나”

이 씨가 특허를 출원했다는 항문침의 효과 여부도 확인된 바 없다는 게 한의협 설명이다. 이 씨는 지난 2013년 ‘뇌신경 마비 치료 또는 중풍 치매 예방 및 치료용 항문침 침구(Anus Acupuncture Apparatus)’로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출원했다.

이 씨가 특허 받은 항문침 시술방법(자료제공: 특허청)
이 씨가 특허 받은 항문침 시술방법(자료제공: 특허청)

특허 공보에 따르면 항문침은 시술자의 손가락에 침을 고정 장착해 환자의 항문을 통해 척추의 미골 부위 중추 신경에 접근해 이를 자극 및 이완시켜 뇌신경 마비 또는 중풍 치매 예방·치료에 탁월하다고 명시됐다.

항문침을 놓는 방법도 설명돼 있다. 시침을 하는 시술자의 손가락에 탄성이 있는 탈착 가능한 밴드로 고정시킨 후 해당 손가락을 항문에 삽입해 중추 신경을 자극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항문침 특허마저도 지난 2017년 등록료 미납으로 소멸됐다.

한의협 관계자는 “혈자리 중 항문 인근에 장강이라는 혈자리가 있다. 과거 고려시대나 조선시대라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 혈자리에 자침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20년 넘게 한의사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장강에 자침을 놨다는 한의사를 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항문침은 한의학적 현실과도 상관 없고 한의사도 아니다. 침구사라고 얘기하지만 중국이나 필리핀 등 확인된 학적도 없다. 항문침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도 알려진 바 없다”며 “장강혈을 갖고 장난치는 느낌이다. 소위 돌팔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한의사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자격을 인정받은 침구사도 아니다”라며 “이 씨가 침을 놓는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다. ‘침구의학 전문의’라며 의술을 행하는 것처럼 속여 한의사로 오인받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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