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디지털치료제·AI 등 핵심 키워드 제시
나군호 헬스케어연구소장 "보유 플랫폼과 연계 방안 고민"
코로나19가 불러온 의료 변화 적극 대응도 강조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은 지난 7일 서울바이오의료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네이버가 주목하는 헬스케어 주요 키워드를 제시했다(사진 출처: 컨퍼런스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은 지난 7일 서울바이오의료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네이버가 주목하는 헬스케어 주요 키워드를 제시했다(사진 출처: 컨퍼런스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네이버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IT기업으로서 가진 보안·인공지능(AI) 등 기술과 플랫폼을 헬스케어 분야에 어떻게 접목할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은 지난 7일 열린 서울바이오의료 국제 컨퍼런스에서 진행한 'IT에서 바라보는 디지털 헬스케어' 강연에서 네이버가 그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청사진을 밝혔다.

네이버가 주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키워드는 ▲의료데이터 통합과 상호호환 ▲전주기 헬스케어 ▲디지털 치료제 ▲의료진을 위한 AI 등 크게 네 분야다.

이중에서도 전자의무기록(EMR)을 비롯한 의료데이터 통합·관리 사업은 네이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현재 진행 중인 클라우드 사업과 연계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진출할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 6월 보건복지부와 인증서 기술을 제공하는 '나의건강기록' 앱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8월에는 클라우드 EMR 기술을 갖춘 이지케어텍 인수를 시사하기도 했다.

나 소장은 "일차의료기관부터 시작해 모든 의료기관과 환자가 의료 데이터를 상호 교환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시너지는 상당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수많은 데이터들이 관리의 영역에서 치료의 영역으로 직접 나서게 될 것으로 본다. 데이터와 의료기기가 융합한 솔루션 개발도 더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치료제 관련 콘텐츠를 네이버가 가진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와 연결하는 방안이 주안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 소장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개념을 적용해서 게임 중독에 빠진 어린이들을 다른 게임에 중독시켜 치료하자는 발상이 나왔다. 이미 관련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정신의학과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며 "네이버 역시 어린이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이런 디지털 치료제 콘텐츠를 수요층에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불러온 의료현장의 위기에도 디지털 헬스케어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나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전 세계가 의료인력의 부족을 여실히 느꼈다"며 "이제 헬스케어 분야는 새로운 진단법이나 치료법은 물론 부족한 의료인력을 돕는 방향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성인식을 EMR 기록을 돕는 AI 기술을 소개했다. 의료진의 음성을 인식해 EMR을 작성하거나 진료 시 의사와 환자 간 대화를 인식해 EMR 기록이 필요한 부분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기술이다.

나 소장은 "구글 딥마인드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뉘앙스를 비롯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비해 의료진은 한정된 상황에서 이런 기술은 전문가가 더욱 전문가답게 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현장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적극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원격의료 법제화에 나섰지만 대면진료보다 불리한 수가 보상 체계 때문에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반면 미국은 행위별 수가 안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집할 수 있는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종의 질 관리 수가 모델을 개발하는 식으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접근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과정을 바탕으로 디지털 치료제 등 신약 방면에서 안전성과 비용 간 균형을 맞춘 새로운 개발 모델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 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이 신약 임상 시험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디지털 치료제라고 해서 이런 임상 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지만 한정된 수가를 주는 식으로 개발 비용을 빠르게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볼만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비용이나 인센티브 문제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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