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 "의료질서 주도 퍼스트 무버 되겠다"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부터 인재 육성까지 종합 플랫폼 구상
"디지털병원 넘어 '미래병원' 선두주자로 사회 변화 이끌겠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이나 공공병원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모습과는 다르다. 그 어느 병원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지난 2003년 개원 당시부터 처방전, 서류, 차트, 사진을 모두 디지털화한 ‘디지털병원’으로 출발했다.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수술실에 ‘메타버스(Metaverse)’를 구현한 곳도 분당서울대병원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원장이 지난 6월 14일 제12대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의료계 질서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그동안 쌓아온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청년의사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분당서울대병원의 지향점을 ‘세계의료의 표준을 선도하는 국민의 병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 의료정보시스템과 디지털 진료 인프라, 치료 역량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공공병원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공공성은 국립대병원의 DNA”라고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청년의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디지털병원을 넘어 '미래병원' 선두주자로 사회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사진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청년의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디지털병원을 넘어 '미래병원' 선두주자로 사회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사진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체계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경기권역 거점병원으로서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해왔나.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되면서 호흡기 질환자에 대한 관리와 함께 동선 분리, 출입관리 강화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도 병상을 확충해 중환자 병상 외에도 준중환자 및 경증환자를 치료하는 병상을 분리 운영하고 있다. 경증환자 치료를 위해 경기도 제1호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고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헬스케어혁신파크에 바이러스 실험이 가능한 생물안전 3등급 동물실험실을 갖췄다.

- 취임사에서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공공병원의 역할을 무엇이라 보고 앞으로 어떻게 수행해나갈 계획인가.

공공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국립대병원이 지녀온 DNA다. 국립대병원은 공공성을 기치로 국민을 위한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다른 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중증·희귀·난치·복합 질환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진료 질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분야를 다수 육성할 계획이다.

경기권역 거점병원이자 유일한 국립대병원으로서 지역 의료원 및 공공병원의 배후병원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권역 내 모든 환자가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나설 생각이다. 이를 위해 가벼운 질환은 지역 병·의원에서, 중증도 높은 질환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료하는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중증질환치료 결과와 의료서비스 질을 평가한 '분당서울대병원 아웃컴즈 북(Outcomes Book)'을 국내 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발간하는 등 환자 알 권리 보장과 의료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혁신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분당서울대병원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선두 병원으로 평가받으면서 다른 국립대병원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가능했나.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03년 개원부터 처방전, 서류, 차트, 사진을 모두 디지털화한 국내 최초 디지털병원으로 출발했다. 진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자체 의료정보시스템(HIS) '베스트케어(BEST Care)'는 미국 의료 IT 학회인 HIMSS(Healthcare Information and Management System Society)에서 미국 외 지역 최초로 최고 정보화 등급인 7단계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스마트 병상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성과를 다수 창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왔다. 이렇게 오랜 기간 축적한 역량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변화기를 맞아 '원격 중환자실' 구축이나 한국형 AI 정밀의료 솔루션 '닥터앤서2.0' 사업 주관기관 선정 등 성과로 이어졌다.

- 지난 7월 디지털 헬스케어와 비대면 진료를 결합한 원격 중환자실 'e-ICU'를 도입했다.

원격 중환자실 e-ICU는 통합관제센터에서 우리 병원은 물론 다른 지역 중환자실과도 원격으로 연결해 환자 생체징후 등을 모니터링하고 협진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민간·공공병원만으로 역내 중증도 높은 응급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ICU는 이렇게 중환자실 운영을 위한 인력 등 자원이 부족한 의료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향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이처럼 다양한 디지털 모델을 도입해 활용한다면 의료사각지대를 완화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 국가적 관점에서도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 지난 2016년 문을 연 헬스케어혁신파크는 의료 연구와 산업을 잇는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 헬스케어혁신파크의 성과와 앞으로 목표는?

헬스케어혁신파크는 병원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출범해 개원 이래 35개 이상 기업이 입주하고 6개사가 코스닥 상장을 마쳤다. 한 곳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헬스케어혁신파크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지식재산권 출원부터 기술이전 창업, 투자, IPO(Initial Public Offering)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진료현장 가까운 곳에서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앞으로도 대학, 병원, 기업의 연구개발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성공한 기업을 다수 배출하는 플랫폼으로서 위상을 강화해나가겠다.

아울러 의료기기 산업과 헬스케어 산업을 주도할 인재 양성을 위해 헬스케어융합학과를 신설하고 올해 첫 입학생을 받았다. 교육기관으로서 관련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와 지원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 분당서울대병원은 서울대병원 분원으로 시작해 20년도 되지 않아 전국 5위권 병원으로 성장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지향하는 미래병원으로서 역할은 무엇인가.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03년 개원 이래 유례없이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포스트 코로나 등 거대한 사회 변화 앞에서는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미래 환경에서 병원의 역할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병원의 역할이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옮겨오면서 질병이 아닌 생명을 돌보는 기관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분당서울대병원은 미래의학 즉, 예측의학(predictive medicine),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 참여의학(participatory medicine)이라는 이른바 4P의학을 실현해 환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찾아가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공공병원으로서 사회에 공헌하고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 '퍼스트 무버'이자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 분당서울대병원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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