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정 명지병원 치매진료센터장 및 뇌은행장

정부는 지난 2016년 치매 뇌은행 지정 사업을 시작한 이래 삼성서울병원(2016년), 서울대병원(2017년), 부산대병원(2018년)에 이어 4번째로 명지병원을 정부 지정 치매 뇌은행으로 지정했다.

일반적으로 치매 뇌은행은 치매 대상자의 뇌기증 등록을 통해 사후 뇌조직 확보 및 치매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체계적인 임상자원(뇌영상, 뇌척수액, 혈액 등)과 뇌조직 수집 및 관리, 치매 연구 활성화를 위한 뇌자원 분양 등을 하게 되다.

명지병원 한현정 교수
명지병원 한현정 교수

특히 신경계 뇌질환 사망자의 부검을 독려하고, 다양한 부검사례가 축적되면 질환별 통계작업을 바탕으로 의료정보 데이터를 확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명지병원은 올해 상반기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정하는 ‘치매 뇌은행’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후 9월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다수의 뇌 자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것만 봐도 명지병원이 4번째 뇌은행 업무를 수행하는데 충분한 인프라와 역량을 갖춘 곳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급속한 노인 인구의 증가는 치매 환자의 급증으로 이어지게 되며,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담은 더 이상 한 개인이나 가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국가적 이슈이다.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아직 완치 방법이 개발되지 않은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들의 확진은 사후 뇌조직 검사가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뇌조직 검사가 활성화되지 않아 임상적인 진단만 되고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많은 제한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호주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뇌은행이 운영되어 왔고, 일본과 중국도 뇌은행 운영을 통해 다기관 연구자들에게 뇌 조직을 공유하고 신경병리학적 진단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국가에서 뇌구득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기관이 참여하는 국제컨소시엄 형태 혹은 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2013년에 미국국립보건원이 설립한 뉴로바이오뱅크는 하버드 뇌조직 자원센터를 비롯한 미국 내 6개의 뇌은행으로 구성돼 웹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자원 현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모든 뇌조직은 동일한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수집되고 보관되어 진다.

이외에도 브레인넷 유럽(BrainNet Europe)은 유럽의 다국적 다기관 뇌은행이 참여한 뇌조직은행 연합체로 뇌조직 자체는 국가 간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UK brain bank는 뇌은행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1만개 이상의 뇌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나의 데이터 베이스에 통합하여 중앙집중식으로 자원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뇌 부검을 통한 치매 진단이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관련 연구가 뒤쳐져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뇌기증에 대한 홍보와 인식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 인식변화를 이루어 뇌자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이루어내기는 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뇌기증이 이뤄진다면 확보된 뇌자원으로 사후 신경병리진단이 가능해져 남은 가족들과 후손들은 치매 발병가능성을 미리 가늠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증된 뇌 조직은 연구에 활용돼 많은 난치성 뇌질환의 원인 규명 및 치료 개발등 의학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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