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코로나19 전담 155격리병동 소속 이현정 간호사
수필집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 속 현장 이야기 풀어내
政‘ 행정명령’ 인력 ‘코로나19 병동’에 집중…“타 부서 업무 과중”
이현정 간호사 “조금 더 힘을 내 코로나19 종식까지 버텨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다. 500여일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코로나19는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며 꺾일 줄 모르고 있지만,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최전선에 있는 간호사들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살면서 언제 또 입어보겠냐며 ‘긍정’을 탑재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훗날 웃으며 기억될 이 날을 기념해 보자며 팀워크로 똘똘 뭉쳐 ‘Loving, Caring, Sharing. This is nursing’을 외치는 이들은 코로나19 전담 격리병동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이다.

최근 코로나19 전담 155격리병동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담당하며 간호에 대한 성찰과 고민, 환자에 대한 돌봄을 우선으로 간호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34인은 지난 500일의 경험을 수필집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원고모집부터 편집까지 155격리병동 간호사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수필집에는 위기의 순간부터 환자들의 삶을 함께한 소중한 나날들이 기록됐다. 편집인으로 참여한 5년차 이현정 간호사를 만나 155격리병동에서의 진솔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 간호사는 수필집을 엮는 과정이 오히려 치유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155격리병동은 서울아산병원이 코로나19로부터 환자들을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해 신설한 코로나19 전담병동으로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더불어 확진자 및 고위험환자 발생 시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도록 ‘간호부 유행성감염병대응팀(extended-Emerging Infectious Disease Team, e-EIDT)’을 구성했다.

- 코로나19 간호수기를 엮은 <우리들의 빛나는 500일>을 출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해 3월 신관 15층에 155격리병동이 새롭게 오픈했다. 종양내과 소속 간호사로 일하다 지난해 9월 요청이 있어 155격리병동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 7월 17일 병동 오픈 500일을 맞아 그간의 갚진 경험과 지나온 시간들을 기록해 훗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155격리병동 간호 인력 34명의 수기를 엮는 편집자로 참여하게 됐다.

- 종양내과 소속에서 감염병 격리병동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코로나19 초기 같이 사는 가족들이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두렵기도 했다. 무엇보다 어떤 환자가 격리병동으로 들어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인공호흡기를 한 코로나19 중환자도 봐야했기 때문에 중환자 교육을 별도로 받고 대비에 나섰다. 격리돼 있는 환자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늘 자신감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간호사 1명당 환자 4~5명 정도 맡아 보고 있는데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을 때는 정말 힘들고 버겁긴 하다. 3교대로 방호복을 입고 4시간씩 들어가 일 하고 있다. 체력적으로도 버거웠다. 어느 땐 레벨D 방호복을 3번까지 갈아입고 투입된 적도 있다. 해야 할 일이라는 책임감이 컸지만 한번 입고 나면 옷이 다 땀에 절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 코로나19 환자들을 보며 긴박했던 순간이 있었나.

코로나19 환자들은 폐렴이 있다 보니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중환자실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음압바이오 백에 환자를 실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앰부배깅을 하며 가야하는데 중간에 심장마비가 오면 음압바이오 백을 오픈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응급 상황이 오지 않을까 의료진 모두 걱정이 컸다. 모든 의료진이 한 마음 한 뜻이 돼 중환자실까지 환자를 신속히 이송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뛰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 사연 많은 환자들도 많았던 것 같다.

집에 있는 남편이 거동이 어려워 식사도 못하고 거의 굶다시피 하고 있어 당장 퇴원해야겠다는 노인 환자 분이 있었다. 아직 회복이 덜 돼 산소요구도도 있었고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퇴원을 고집했다. 남편이 너무 걱정돼 격리병동이 가시방석 같다며 눈물을 보이는 환자를 보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동사무소로, 자녀들에게 전화를 돌려보기도 했다. 결국 이웃집에서 도움을 주기로 했지만 간호 업무 이외에 다양한 역할이 요구돼 힘들기도 했다.

- 지난 10일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가 치료 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병상 확보도 문제지만 인력 증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우려가 있었다.

국가 재난사태라 행정명령을 내리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 의료진들은 지속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강제 조항을 달았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루아침에 인력을 만들어 올 수 없지 않나. 코로나19 병동으로 인력이 집중되면서 타 병동 간호사들의 업무가 과중되고 있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프다.

사실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상황을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낮에는 상근인력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밤에는 인력이 더 필요해도 부르기 힘들다. 코로나19 신생아 환자가 입원한 날 추가 인력이 필요했는데 불러낼 인력이 없어 증원 없이 그대로 환자들을 본 적도 있었다. 그나마 e-EIDT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지만 지원이력이 오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미안함도 크다.

이처럼 갑작스레 인력이 필요하다보니 코로나19 환자가 줄어들면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내과·외과계 중환자실은 물론 응급중환자실 등에서 일하며 배웠던 적도 있다. 추후 감염병 환자를 위한 중환자 교육이 따로 마련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 코로나19 장기화로 ‘번 아웃’ 돼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 이야기도 들었다. 힘든 순간들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간호 인력들 간 힘든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 속에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 받는 시간들이 좋다. 그래서 책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서로 힘들어 할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서로서로 안아주는 분위기 속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을 털고 다시 방호복을 입고 격리병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며 서로 북돋워 주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조금 더 힘을 내서 코로나19 종식까지 같이 버텨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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