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용 원장 “원칙 지키는 공공병원, 효율성 낮은 조직으로 평가 안돼”

공공병원의 대표 격인 지방의료원을 가장 잘 조직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다. 경기도의료원은 산하에 수원병원, 의정부병원, 파주병원, 이천병원, 안성병원, 포천병원 등 6개 병원을 두고 있으며 신증축을 통해 병원 규모를 꾸준히 키우고 있다.

특히 신증축은 물론 인력보강, 병원별 특성화를 통해 낙후돼 있는 의료원의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경영상태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때문에 보건의료계는 규모를 키워 흑자를 내고 있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경기도의료원을 이끌고 있는 정일용 원장을 만나 공공의료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정일용 원장은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장을 겸하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정일용 원장.
경기도의료원 정일용 원장.

-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공공병원 확대 요구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료원이 주목받고 있는데, 경기도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경기도 내 지방의료원은 총 7개다.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성남의료원을 제외하고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안성, 포천 등 6곳이 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이다.

경기도의료원 산하에 6개 병원이 있어 많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실상을 보면 2018~2019년 신축한 이천병원과 안성병원만이 300병상이고 나머지는 200병상 내외로 소규모 병원에 해당된다.

파주병원은 300병상까지 키우려다가 212병상까지만 증축했다. 재정이 부족했다. 의정부병원은 증축 후 213병상이지만 그 중 70병상이 정신병동이라 한계가 있다.

수원병원도 증축을 하긴 했는데, 142병상에서 184병상이 됐을 뿐이다. 포천병원도 140병상에서 180병상으로 한층 더 올렸다.

300병상급인 이천과 안성병원은 잘 운영하면 (흑자도) 가능한 상황이고 증측 후 심혈관센터 등을 가동하는 파주병원이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

수원, 파주, 포천병원은 100병상 정도를 코로나19 치료병상으로 운영하고 있어 병원 경영수지에 영항을 줬다.

- 수원병원을 증축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증축되는 병상들은 감염병 도래시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경기도의료원 본부가 수원병원에 세를 들어 있다. 의료원 본부는 경기도청 이전 후 그 자리로 이전하기로 돼 있다. 수원병원 증축은 경기도의료원이 떠난 자리에 짓는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수원병원의 경우 메르스 전담병원이었다. 그 경험을 살려 수원병원을 감염분야에 집중하고자 한다.

감염병 전담병원이라고 해서 감염병 환자만 진료하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일반환자를 진료하다가 감염병 사태가 터지면 감염병 환자 전담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병원 시스템을 감염병 진료에 최적화 하는 것이다.

모든 병실을 1인실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본다. 4인실을 기본으로 운영하되 병상당 간격 등을 충분히 해 감염병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수원병원 건물이 167병상인데 120병상 정도를 증축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현 건물에 부족한 중환자실도 넣고 뇌혈관센터도 도입할 생각이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외부에서는 경기도가 지방의료원 운영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외부에서 봤을 때는 그래도 (지방의료원 활성화) 움직임이 있는 곳이 경기도 뿐이니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실상을 보면 경기도의료원도 의정부병원 경우 여전히 노후화 등의 문제가 있다.

신증축을 통해 경영수지가 좋아지고 있지만 경기도의 지방의료원 운영이 잘된다기 보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모든 병원들이 생존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 경기도의료원이라는 체계도 병원 운영에 영향을 줄 것 같다.

경기도는 의료원 산하에 6개 병원을 두다보니 병원 전체 현황을 보면서 의료취약지 등을 파악하게 된다. 정보를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 경기도의료원의 장점이다.

이런 정보들을 통해 경기도 내 공공병원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화성시 등에 공공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요청도 나올 수 있다. 실제 병원을 신축할 수 있느냐와 별개로 어디에 어떤 병원이 필요한지 알 수는 있는 정도다.

- 공공의료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민간병원에 투자해 공공의료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간병원을 활용한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경기도의료원장으로 와서 3년 정도 있어보니 민간에 재정지원을 해 공공의료사업을 진행한 후 남은 것이 있는지 보면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았다. 공공의료법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이 그랬다.

(민간병원에 투입한 예산이) 공익적으로 잘 사용됐나 검증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공공병원을 제대로 설립해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국민 세금을 투입해 공공의료를 하는 것이라면 잘 통제되는 곳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지방의료원을 한 틀에 두고 보면 설명하기 어렵다. 200병상 미만 작은 병원부터 700병상 이상 병원까지 있다. 서울의료원, 부산의료원 등은 규모가 적지 않다. 우선 각 병원별 상황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을 민간병원과 같이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다. 실제로 (공공병원이 민간병원처럼) 그렇게 운영되기도 하는데, 공공병원이 지역 공공의료정책을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통해 평가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천안의료원의 경우 천안 시내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 환자들이 가기 어렵다. 주변에 단대 천안병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흑자를 생각하기 어렵다. 지방의료원의 목표가 뭔지 명확하게 하고 지역민들이 이용하기 쉬운 곳에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한 후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 공공병원 문제를 논할 때 인력이야기를 안할 수 없을텐데 실상은.

의사와 간호사가 문제인데, 수원병원 사례를 보면 도심이라서 그런지 간호사는 지원자가 있는 편이다. 다만 임금구조가 공무원과 같아서 초임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해결을 위해 1~5년차 임금을 조정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있다.

의사는 간호사와 다르다. 간호사는 인력 풀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는 수 자체가 부족해 지방의료원까지 올 수 없다. 전공의가 없다는 것도 의사 인력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된다.

- 공공병원들 스스로도 변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현재의 지방의료원은 지자체 공공의료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일 뿐이다. 경기도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는 데 소외돼 있다. 경기도의료원을 보더라도 경기도에서 예산을 지원해주니 무조건 따르도록 돼 있다. 다른 지자체도 비슷하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가 닥치면서 (지자체에도) 위기대응단이 만들어져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것이 일상화될 필요가 있다. 지자체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의료원이 아니라 의료원장이 공공의료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경기도에 필요한 공공의료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각 병원에 고루 분포되고 있다. 다만 의료원 산하에 병원이 6개뿐이다보니 병원 주변만 혜택을 보는 문제가 있다.

경기도 내 최소한 공공병원이 15개가 필요하다. 그래야 병원들이 고루 분포돼 지역과 지역 간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가 이정도인데 다른 지자체는 더 힘들 것이다.

-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 확대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현장 전문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적으로 '공공병원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생각에 맞게 움직여 줬으면 한다.

(실제 정책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대통령, 지자체장, 정치권의 생각이 바뀌어야 실질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 주지 않으면 어렵다.

공공병원은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직원들 모두 열심히 일한다. 공공병원은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규정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민간병원이 효율적이어서 흑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수익에 열중할 수 있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치가 있을 뿐이다. 공공병원은 비효율적이어서 적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공공병원 지원과 확대를 정책 우선순위에 배치해야 한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