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최 센터장 “버추얼 기술 통해 고객사 소통 강화”
“플랫폼 기술에 투자…FDA 최초 버추얼 실사 쾌거”
“백신 허브 나선 한국도 관리·허가에 신기술 반영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활동이 제한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디지털 전환에 나선다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15일 개최된 2021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GBC)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임스 최 마케팅센터장(전무)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이날 최 센터장은 자동차나 전기전자 산업과 비교할 때 제약바이오산업은 디지털화에 보수적이라는 점을 짚었다. 제품의 안전성이 중요하고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변화에 느리게 반응하고 디지털 성숙도도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최 센터장은 산업 주체들의 디지털화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단기적인 혜택을 위해서 디지털화를 하기도 하지만 몇 년에 걸쳐서 노력을 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지털화는 적었던 것 같다”며 “디지털화를 통해 ROI(투자수익률)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많지 않으며, 대형 제약사 가운데서도 과거의 관행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최 센터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의 디지털화로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대해 ▲의약품 생산 공정에서 높은 품질과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을 확보할 수 있고 ▲업무의 효율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정보가 분절화되는 것을 막아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프로세스도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환자들에게는 더 나은 의약품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나 규제 기관과의 소통에 있어서 디지털 전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 센터장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월부터 ‘라이브 버추얼 투어(Live Virtual Tours)’ 기술을 구현했다. 이는 고화질과 그리고 안정적인 연결 상태를 유지를 하면서 가상으로 실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또는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이에 따라 현장에서 대면 실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최 센터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비즈니스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고객사가 자사의 공장을 실사하는 것이다. 품질 프로세스나 생산 역량에서 고객사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실사는 규제 당국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과정인데 코로나19로 진행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잠재 고객들과 회의를 할 때 오히려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상 플랫폼, 이른바 'Virtual Person-in-Plant'를 구현하고 있다. 전 세계 고객사들이 마치 생산 공장 현장에 있는 것처럼 의약품 개발이나 생산을 관리 감독 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가 품질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 외에도 어떤 개선이 있었고 작업이 이뤄졌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상홍보전시관(Virtual Exhibition Hall)’ 또한 마련했다.

최 센터장은 이러한 디지털화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실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마 FDA가 버츄얼 투어 기술을 이용을 해서 처음으로 실사를 진행한 기업일 것”이라며 “FDA의 적극적인 협조와 더불어 코로나19 치료와 관련된 제품이었다는 점, 거기에 기존의 디지털 전환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디지털 플랫폼 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최 센터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품 품질과 관련해 매우 과감하고 적극적인 디지털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의 기술에 대한 전망이 밝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다만, 최 센터장은 무분별한 신기술 도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이 자사의 운영에, 또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어떤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이 고객 대상의 서비스 제공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늘 평가를 하고 POC(개념 증명)를 통해서 우리 입장에서 이 기술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를 잘 확인하고 그리고 나서 기술 개발을 하고, 생산에 이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최 센터장은 팬데믹 국면에서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이 준비해야 할 사항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해외 규제 기관들이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기술들을 한국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FDA를 예로 들면, 실사뿐만 아니라 허가를 내주는데 있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한다. FDA뿐만 아니라 EMA(유럽 의약품청)나 PMDA에서 나오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데이터 무결성, 라이브 버추얼 투어 같은 기술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뉴 노멀과 관련해서 한국이 해온 것들을 보면 아주 놀랍다. 일상에서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을 하고 있다”며 “한국이 제약바이오산업에서도 새로운 모범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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