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안전성 이미 검증돼”…품목허가 속도 주문
산부인과의사회 “국민 위험 빠뜨릴 것…제도 마련 필요”

국내 도입을 앞둔 임신중단 의약품 미프지미소(성분명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의 가교 임상시험 여부를 놓고 시민단체 및 전문가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 품목허가 신청에 대해 지난 2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진행했다. 현대약품은 지난 7월 식약처에 미프지미소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참가한 여성계 운동단체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미프지미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됐으므로 가교임상을 면제하고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해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프지미소 가교임상을 면제해야 한다는 모낙폐 측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미프지미소의 성분 중 하나인 미소프로스톨이 위궤양 치료제로 이미 한국에 도입돼 있는 만큼 유효성·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으며(적응증 외삽 가능) ▲미페프리스톤이 유럽, 미국 외에도 중국, 대만, 베트남, 몽골 등 동양인권 국가에서 허가를 받은 만큼 민족적 감수성을 검토하기 위한 가교 임상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또 2019년 낙태유도제 판매 불법광고 적발이 2,365건에 달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정식으로 국내에 도입된 임신중단 의약품의 부재가 여성들을 의약품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모낙폐 집행위원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이동근 사무국장은 지난 3일 의견서를 공개하며 “가교시험은 약물의 민족적 감수성을 검토하기 위한 요구이지, 국적 감수성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다”며 “가교시험의 지나친 요구가 자원의 낭비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하며, 이미 30년 넘게 지연된 의약품 접근권을 더욱 지연시킨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페프리스톤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인하고, 교과서에도 서술되며, 아시아권에서도 오랫동안 사용된 약으로 민족간 약물 감수성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희귀의약품이나 항암제 등에 가교시험을 면제하고 있는 것처럼 약물유산의 대체불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면제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앙약심위에 참석한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의약품 도입의 원칙인 가교임상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0일 ‘미프지미소에서도 의약품 도입의 가교 시험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가교 임상을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가교시험은) 일반적으로 수입 품목허가를 위해 실시되는 임상시험으로, 추가적인 임상시험 없이 가교 임상시험 자료만으로 국내 수입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하다”며 “미프지미소에 대해서는 아예 이런 절차까지도 무시하려는 시도에 대해 본회는 국민의 건강권에 위해를 가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단의약품 불법 유통이 만연해 국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임신중단의약품) 불법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약 도입 전에 실태조사를 하여 위험성을 파악해야 한다”며 “정상 유통 환경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약물 오남용 및 불법거래의 가능성을 막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2018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말까지 보완입법을 하라고 명령했지만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로 혼란한 상황”이라며 “위험성이 있는 약 도입을 서두르는 것보다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낙태법이 조속히 만들어지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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