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과 지속력과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회의론도 팽배하다.

하지만 T세포 면역에 초점을 맞춘 대응 전략을 세우면 코로나19 팬데믹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죽여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면역 세포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를 특이적으로 인지하는 T세포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한 후 기억 T세포로 남는다.

KAIST(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와 고려의대 내과 노지윤 교수, 충북의대 내과 정혜원 교수, 국제백신연구소(IVI) 제롬 김 사무총장은 ‘네이처 리뷰 면역학(nature reviews immunology)’ 온라인판에 T세포 면역에 초점을 맞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기고문(T cell-oriented strategies for controlling the COVID-19 pandemic)을 게재했다. ‘네이처 리뷰 면역학’은 면역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다.

현재 접종하는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은 중화 항체를 형성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체내 형성된 중화 항체 농도가 떨어지고 델타 변이, 람다 변이 등에는 예방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러나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T세포 면역은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돼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증화를 예방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절반 이상이 6개월 후에는 중화 항체 수준이 감소한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중화 항체 활성을 상당히 감소시켰다”며 “중화 항체에 비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이적 기억 T세포는 비교적 오랜 시간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된 사람은 10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질병 증중도와 상관없이 T세포 면역이 유지되고 있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유사한 사스 바이러스(SARS-CoV) 감염 후 형성된 T세포 면역은 17년 동안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T세포 면역은 델타나 감마 변이에도 그 효과가 유지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독감)나 일반 감기와 유사한, 통제 가능한 질병으로 만들어 공중 보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실질적인 목표여야 한다”며 이미 효과가 입증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이어가고 한편으로는 T세포 면역을 유도하는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T세포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코로나19 백신들이 임상시험 단계에 접어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제넥신(GX-19N)과 진원생명과학(GLS-5310)이 D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만은 펩타이드 기반 백신인 ‘UB-612’, 미국 벡사트는 경구용 코로나19 백신‘VXA-CoV2-1’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중화 항체에 이어 T세포가 2차적으로 코로나19를 방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T세포 면역에 초점을 맞춘 정교한 백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의철 교수는 청년의사에 기고한 ‘코로나19 종식, 과학적 예측과 영화적 상상’을 통해서도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에서는 코로나19 중증도나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백신에 의해 형성된 중화항체나 기억 T 세포가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작동을 할 것”이라며 “보고되는 돌파감염의 경우 대부분 경증질환을 앓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특히 T 세포로 국한해서 보자면, 아무리 심한 변이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단백질 항원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T 세포 항원 에피토프(epitope)들 모두에서 한꺼번에 변이가 일어나 기억 T 세포 반응을 완전히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