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접종과 겹쳐 업무량 증가 불가피
예진 시간 부족으로 오접종 걱정도 많아
대공협 임진수 회장 "의료 인력 운용 효율적으로 해야"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다가오자 공중보건의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업무에 보건소 독감 예방접종 업무까지 겹치면 과부하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14일부터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시작한다. 올해 독감 예방접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이뤄지는 만큼 혼선을 줄이기 위해 사전 예약을 받고 기관별 접종 인원도 분산시켰다. 의사 한 명 당 하루 최대 예진 인원도 100명 이하로 제한했다.

접종 과부하로 인한 의료진 부담과 오접종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일선 공보의 사이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벌어진 혼란을 또 겪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임진수 회장은 지난 7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코로나19와 독감 백신 접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업무량 증가는 물론 오접종에 대한 우려와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위탁의료기관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시작하면서 보건소 비중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보건소에 근무하는) 많은 공보의들이 독감 예방접종 때마다 예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걱정하고 있다"면서 "독감 백신이 오랜 시간동안 검증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예진의 중요성이 줄진 않는다"고 했다.

임 회장은 특히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발생한 오접종 사례를 완전히 의료진 잘못인 것처럼만 비추는 면이 있어서 공보의들이 혹시 모를 오접종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다만, 두 백신 접종이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대부분 위탁의료기관과 달리 보건소·보건지소에서는 독감 예방접종만 실시하는 곳이 많아 혼선을 적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예방접종 업무를 공보의 인력에 의지하는 지자체가 많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인력 대부분 지자체 내 보건소와 보건지소 인원이 돌아가면서 맡는다"면서 "보건소가 독감 예방접종을 시작하면 이 인력들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만큼 예방접종센터인력의 업무량이 간접적으로라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결국 코로나19 현장에 필요한 인력 충원은 없는 상태에서 많은 부분을 공보의에 의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공협 차원에서 공보의 처우와 근로환경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 속도는 더디다고 했다.

임 회장은 "분명 문제제기를 통해 조금씩 개선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공보의 개개인을 만나보면 다들 지친 상태를 넘어 무감각해진 모습이 보인다"면서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바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은 공보의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인력 충원이 어렵다면 최소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인력 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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