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교수, 손실보상금 삭감 조치 강하게 비판
“경증 환자 보는 전담병원 병상, 부족한 상황”
“일반 환자 다시 보려면 회복 과정 필요”
“전담병원들이 팽당한다는 생각 들지 않게 해야”

코로나19 치료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 지급 기준이 변경되면서 더나은요양병원은 7월분 손실보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으며 미소들요양병원은 전월보다 30% 정도 삭감됐다.
코로나19 치료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 지급 기준이 변경되면서 더나은요양병원은 7월분 손실보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으며 미소들요양병원은 전월보다 30% 정도 삭감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 속에서 발생한 전담병원 손실보상금 삭감 문제로 인해 향후 민간병원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에 손실보상금이 삭감된 전담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전체 병상을 비운 곳들로, 오는 10월부터는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7월 손실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더나은요양병원은 지난달 31일 전담병원 지정 취소 요청 공문을 경기도와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보냈다. 손실보상금이 30% 정도 삭감된 미소들요양병원도 전담병원 운영을 중단하고 지정 취소 요청을 보내기로 했다.

기존에는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병원은 병원급 평균 병상단가인 16만1,585원이 일괄 적용됐다. 그러나 지난 7월 1일부터 개정된 ‘코로나19 치료의료기관 손실보상 기준’에 따라 전담병원 전환 전 3년 평균 운영 실적을 반영해 병상 단가를 개별적으로 정해서 적용한다. 더나은요양병원은 손실보상금이 병상당 16만1,585원에서 2만5,000원으로 삭감됐다.

중수본은 또 8월부터 의료 인력 파견 기간을 최대 2개월로 제한하고 이 기간을 초과해서 근무한 경우 인건비를 손실보상금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중수본이 정한 파견 인력 인건비는 30일 기준 ▲의사 2,410만원 ▲간호사 1,020만원 ▲간호조무사 760만원 ▲임상병리사 968만원 ▲방사선사 1,046만원 ▲요양보호사 708만원 ▲간병비 656만원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정부가 손실보상 기준을 변경해 전담병원 지정 취소 사태를 불러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정부가 손실보상 기준을 변경해 전담병원 지정 취소 사태를 불러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까지 고생한 전담병원들, 이런 식으로 대하나

코로나19 환자를 맡아 온 전담병원들이 손실보상금 삭감에 파견 인력 인건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지금까지 고생을 많이 한 곳들인데 이제와서 이런 식으로 대하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기존에 약속했던 사항들은 지켜야지 중간에 기준을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 기존 기준을 생각하고 전담병원으로 들어왔는데 중간에 지급하는 비용이 과하다고 기준을 바꿨다”며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줄어 수요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단계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지 손실보상금을 깎아서 ‘더 이상 못한다’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 병상 가동률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병원별로 출구전략을 만들어줘야 한다. 갑자기 손실보상금을 줄어서 ‘더 이상 못하겠다’고 손 들고 나가도록 해서 줄이면 안된다”며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전담병원 병상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또 “공공병원도 아닌 민간병원이 병상을 비우고 전담병원으로 참여할 때는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참여하지 않겠느냐”며 “전체 병상을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만 봐 왔던 전담병원들은 특히 다시 일반 환자를 보는 병원으로 돌아가려면 회복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전처럼 일반 환자들을 받겠다고 해도 바로 환자가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복 과정에 대해 지원할 수 있는 규정도 없는 상황이다. 전담병원 입장에서도 이득이 있어야 이후 상황을 준비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이렇게 무리수 두면 민간병원 협조 구하기 어렵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다른 민간병원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코로나19 대응에 협조를 얻기 힘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더 나빠졌을 때 어떤 민간병원이 참여하겠는가. 병상이 부족할 때는 국가적인 영웅인 것처럼 얘기하다가 상황이 좀 나아지니 손실보상금을 줄여서 나가게 하고 있다”며 “팽당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무리수를 두기 시작하면 앞으로 민간병원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경증 환자를 보는) 전담병원만 그렇겠는가. 중증 환자를 보는 전담 치료병상에도 똑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되면 민간병원 병상은 행정명령을 통해 강제 동원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진다. 그런 방식을 원하는 것이냐”고도 했다.

이 교수는 “신뢰를 줘야 한다. 기존에 정한 기준이니 일단 그대로 적용하고 전담병원별로 지정 기간을 연장하는 계약을 할 때 상황을 설명하고 바뀐 기준에 따라 손실보상금일 줄 수 있는데 계속 유지하겠느냐고 의사를 물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정한 상황이라며 중간에 통보하고 줄이면 전담병원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고생을 시켜 놓고 제대로 보상하지 않겠다는 것은 놀부심보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신청하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며 “환자가 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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