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금 기준변경에 의료현장 불만 고조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 부담도 전담병원 몫
더나은요양병원, 지정취소 요청 “더 이상 못 한다”
서울 A전담요양병원도 지정 반납 예고

최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들에게 지급하던 손실보상금을 축소하면서 의료현장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손실보상 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손실보상금이 줄어든 데 이어 단기 파견 의료인력에 지급하던 수당도 오는 10월부터는 전담병원들에게 부담하게 하자 정부를 향한 불만이 지정취소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손실보상금 축소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파견 의료인력 1명당 1,000만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빚을 내 부담하면서까지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담병원들은 “폭탄이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왜 더나은요양병원은 전담병원 자진취소 요청을 했나

지난 1월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으로 전환한 경기도 평택시 더나은요양병원은 8월 31일 경기도에 전담병원 지정을 취소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으로부터 7월 손실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병상단가를 환자 중등도에 따른 의료기관 종별로 구분해 ‘종별 평균 병상단가’로 인상해 보상했으나, 지난 7월 1일부터 종별이 아닌 개별 병원의 운영실적을 반영한 병상단가의 1.5배로 인상 폭을 제한했다.

소개병상 보상방법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확보병상과 동일하게 최소 종별 평균 병상단가로 보상했으나, 개별 의료기관의 병상단가를 적용해 산정하기로 했다.

지금껏 개별병상단가 종별 평균 병상단가는 ▲상급종합병원 53만7,324원 ▲종합병원 31만6,650원 ▲병원 16만1,585원으로 계산했었다.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개원해 실적 자체가 저조한 더나은요양병원은 병상단가가 낮게 책정돼 손실보상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개원 후 운영실적이 가장 좋았던 지난 2019년 4분기를 기준으로 한 병상단가는 5만5,000원으로, 이를 토대로 추계하더라도 적자가 불가피해 결국 손실보상금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나은요양병원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며 지난달 31일 경기도에 지정취소를 요청했다.

이에 중수본이 더나은요양병원이 개원 후 운영실적이 가장 좋았던 달을 기준으로 병상단가를 책정해 7월분까지 소급적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병원 측은 지정취소 결정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나은요양병원 강다현 부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병상단가 16만1,585원 기준으로 4억5,000만원 가량의 손실보상금을 받았고, 여기서 진료비 상계분과 인건비 등 병원 운영비를 제외하면 약 1억원 수익이 남았다”며 “그런데 7월 손실보상금은 ‘0원’이었다”고 말했다.

강 부원장은 “중수본과 경기도에서 (병상단가를) 5만5,000원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큰 금액이라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자료제공: 더나은요양병원)
(자료제공: 더나은요양병원)

파견 간호인력 1명당 1000만원도 전담병원 몫

10월부터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도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이 부담하도록 변경되면서 전담병원 지정취소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파견 기간인 2개월(1개월+4주)을 초과하는 시점부터 해당 인력에 지급되는 수당을 손실보상에서 공제하기 때문이다.

중수본은 8월을 기점으로 계산, 2개월 이후 파견이 지속될 경우 10월 진료비부터는 손실보상 공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파견 의료인력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간호사의 경우 1인당 급여가 1,020만원에 달한다.

강 부원장은 “적자 상황에서 간호사 1명당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인건비까지 내가며 누가 코로나19 전담병원을 맡으려 하겠냐”며 “병원이 수익을 안 남겨도 좋으니 정부가 전담병동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만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부원장은 “지금껏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버텨왔다. 전담병동을 7개월 운영하는 동안 사망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직원들도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한다. 노력하고 애썼는데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강 부원장은 “당장 손실보상금을 받아 직원들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 돈이 없다”며 “오늘 일 시키면 내일 빚이 된다. 빚을 내서 월급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최대한 (지정취소 돼서) 빨리 환자를 빼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4차 대유행으로 업무부하 커진 반면 보상은 '열악'

4차 대유행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경증·중등증 환자를 맡아 보던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에 중증환자가 늘었고, 중증전담병상 부족으로 중증환자 응급전원이 어려워지면서 의료진의 업무부하도 커졌다. 하지만 이에 따른 보상은 없었다. 오히려 손실보상 기준이 변경되면서 열악해졌다.

서울시 A요양병원도 전담병원 지정을 반납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지난달 5일 서울시와 중수본에 운영난을 호소하며 개선 요청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지만 손실보상금은 결국 30%나 삭감됐다. 오는 10월부터 더해지는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도 부담이다. A요양병원에서는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로 한 달에 8억원 이상 지출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요양병원 이사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병원은 손실보상금이 30%가 깎였다. 금액으로 보면 3억원 정도 된다. 병원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형평성 차원에서 기존 임금의 2배 정도 올려주고 있는데 지원금은 대폭 깎고 10월부터는 파견 인력 인건비도 부담하라고 한다. 우리도 전담병원 운영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견 인력 인건비만 8억원이다. 병원이 부담하면 적자다. 병원 재산을 팔아 코로나19 환자 치료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환자는 일반 환자보다 6배는 힘들다. 지금도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인건비까지 부담하라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코로나19 전담병원 피를 빨아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왜 이렇게 대응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