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7월부터 환자부담 80% 선별급여 적용
삼성서울병원 이종균 교수 "담도암 등 조기진단에 도움"
"진단 정확성 높이고 회복기간도 단축…전체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

담췌관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의 담췌관 내시경 카테터 ‘스파이글래스DS(SpyGlass DS II, 이하 스파이글래스)가 지난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화 됐다.

담췌관 질환 검사에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등 제한적인 방법만이 급여되던 상황에서, 새로운 검사법이 급여 적용됨으로써 임상에서 검사의 폭을 한층 더 넓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스파이글래스는 국내 도입 후부터 기존 ERCP와 달리 담췌관 및 병변을 직접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등이 장점으로 꼽히면서 초기부터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에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종균 교수에게 담췌관 내시경 카테터 시술의 장단점과 급여 적용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들었다. 이종균 교수는 2007년 국내 최초로 스파이글래스를 도입해 시술해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7월 1일부터 ‘도관기반의 담(췌)관경 검사’를 신설하고 담췌관 내시경 카테터를 선별급여로 지정했다. 기존 역행성 담췌관조영술 및 역행성 담췌관 내시경 수술로 검사 및 치료에 실패한 경우 등에 스파이글래스로 시술할 경우 급여 인정되며, 환자 본인 부담률은 80%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종균 교수.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종균 교수.

- 담도암 등 담췌관 질환은 진단이 특히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소화불량, 복통 등이 있을 수 있고, 담도가 막히면 추가적으로 생길 수 있는 증상은 황달이다. 췌장에 문제가 있어도 담도가 막히면서 2차적으로 황달이 올 수 있다. 이런 의심 증세가 있으면 혈액검사나 초음파검사를 많이 한다. 하지만 초음파검사에선 병변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췌장 담도가 몸 속 깊은데 자리해 (초음파 등으론) 잘 안보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 최근 급여 개정을 통해, ‘도관기반의 담(췌)관경 검사’가 신설되고, ‘내시경하 담췌관 카테터’가 선별급여로 지정됐다. 이러한 변화가 담췌관 관련 질환의 진단, 치료에 도움이 되리라고 보나.

분명히 도움이 된다. 스파이글래스는 개발된 지 13년 정도 됐다. 아직은 널리 사용된다고 볼 수 없지만, 꼭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 기존에는 CT나 MRI 영상검사 후 의심이 되면 ERCP를 통해 (병을) 확인하는 단계를 밟았다. 하지만 ERCP는 담도나 췌관에 조영제를 넣고 투시해서 검사하는 2차원적인 흑백영상인 반면, 새로운 담도췌관경(스파이클래스)은 담도나 췌관 안까지 투입해 다채로운 색으로 보는 3차원적인 방법이다. 단적인 예로 담도암을 (ERCP 등) 기존 방법으로 검사했을 때 진단의 정확도가 70~80%였다면. 담도췌관경은 그 수치를 95%까지 올릴 수 있다.

- 기존의 검사법 보다 정확도를 상승시키는 요인은 뭔가.

우선 병변을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조직검사 시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타깃’할 수 있다는 점도 정확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위암 검사가 과거 조영제를 이용한 투시법에서 현재는 내시경으로 대체됐는데, 그 이유는 보다 정확하게 진단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담도췌관경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 그 말은 담췌관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들에게 초기부터 담도췌관경, 즉 스파이글래스를 적용하면 진단율을 현재보다 높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도 생각된다.

담도암으로 의심되는 초기, 그 요인이 염증 때문인지, 암 병변 때문인지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 때 대개는 ERCP를 통한 조직검사를 한다. 하지만 조직검사 중 30% 정도는 암이 있어도 확인이 어렵다. 이렇게 애매한 경우에는 환자를 몇 달 간 추적관찰하고, 이후 증상이 진행되면 다시 조직검사를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경우 새로 도입된 방법(스파이글래스)를 쓰면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현재는 스파이글래스를 위내시경처럼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환자가 200만원 가량의 비용을 내야 하는 가격적 부담이 있다. 여기에 ERCP를 하면서 담췌관 내시경을 넣어 검사를 진행해야 하기에, 시술자 입장에서 조금 힘들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모든 담췌관계 암 질환 의심 환자에게 이 검사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존 방법으로 진단이 명확하지 않고 의심이 될 때, 이 방법을 이용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의심되는 병변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 현 급여 기준이 ‘기존 역행성 담췌관조영술 및 역행성 담췌관 내시경 수술로 검사 및 치료에 실패한 경우 등’으로 돼 있는데, 이러한 기준은 적절하다는 말인가.

전문가들하고 잘 상의해서 만들어진 기준인 것 같다. 다만, 현 시점에서란 말을 덧붙이고 싶다. 현재보다 기기가 업그레이드 돼 시술이 용이해지고 가격이 적절해지면, 대상군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파이글래스를 도입했는데, 그 계기가 궁금하다.

일단 해당 기기를 봤을 때 새롭고 흥미로웠다. 특히 이 시스템이 필요한 환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술 등 모든 비용을 병원이 져야 했기에 도입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래도 병원 경영진을 졸랐다.(웃음) 이후 한명 두명 환자들에게 사용해 보고, 그 결과들을 논문도 발표했다. 이런 행보가 조금씩 알려져 나중에는 다른 병원에서 까다로운 환자들을 보내주기도 했다.

- 스파이글래스를 이용해 진단한 환자 중 기억에 남는 사례는.

한번은 담도 협착이 염증 때문에 생긴 것이란 한 환자의 영상 판독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염증성 담도협착은 담석, 수술, 과거 염증 경험 등 원인이 있을 때 고려하는 진단이다. 이런 요인 없이 담도 협착이 발생하면 암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해당 환자에게 스파이글래스를 시행했더니 초기 담도암이었다.

또 최근 담도에 담석인지 종양인지 애매한 병변이 관찰돼 ERCP로 제거를 시도했는데, 제거가 되지 않아 스파이글래스로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담도 안에 살아있는 기생충이 있었던 것이다.

- 스파이글래스를 활용해 ‘어려운 결석’(difficult stone)을 제거하는 글로벌 임상시험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색소성담석과 담도 내 담석이 많은 동양권에선 서양권 보다 난치성 담석을 자주 볼 수 있다. 결석 중 내시경적 치료 대상은 간의 담관에 생기는 담도결석인데, 이 경우 ERCP로 95% 정도는 제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5% 정도는 제거에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담석이 너무 크거나, 담도가 좁아져서 담도가 잘 안내려오거나. 너무 단단해서 부서지지 않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 개복수술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에 스파이글래스를 통해 육안으로 보고 스파이글라스 안쪽으로 레이저 카테터나 전기충격파 카테터를 넣어서 담석을 깨뜨리는 방법을 시도해서 성공했다.

- 간이식 환자에게 협착이 발생하면 가이드와이어 통과가 어려운데, 이를 스파이글래스로 해결한 논문도 발표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간이식의 대부분인 생체 간이식은 간우엽에 있는 담도를 환자에게 연결하는데, 담도가 가늘고 Y자 형태로 굴곡져 있어 협착이 발생하면 가이드와이어 삽입이 어렵다. 이 때 스파이글래스로 담도 내 어느 부분에 협착이 있는지 확인하고, 협착 부분 바로 앞까지 가이드와이어를 견인하면 통과가 어렵지 않았다. 생체간이식 수술 환자의 20% 정도는 담도 합병증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파이글래스를 이용하면 이런 합병증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 결국 스파이글래스의 가장 큰 장점은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점이라고 보면 되나.

담도, 췌장 관련 수술은 여러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큰 수술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정확한 진단 없이 수술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진단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들은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하고,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스파이글래스를 이용한 조기 진단과 치료는 이런 추가 검사나 치료비 등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환자의 회복기간도 단축시킨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스파이글래스를 이용한 검사가 전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그럼에도 스파이글래스 검사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도 있을 것 같다.

병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검사해서 얻는 이득과 안할 시 어떤 계획으로 진행되는지를 설명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잘 따라온다.

- 오랫동안 스파이글래스를 써온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일단 기기 사용이 쉽지 않다. 기기가 담도 내시경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은 굵고 뻣뻣한 부분이 있어서 시술시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또 스파이글래스 급여 인정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아쉽다. 향후 기기가 좀 더 부드럽고 가늘어지면 그를 통해 할 수 있는 시술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가격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일회용인데, 소독해서 여러번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오면 환자 부담도 줄어 좀 더 활발하게 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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