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합의금 요구하고 의료기관 비방글 유포해 압박
성형외과 법무팀 출신 특정 법무법인 계획적 주도
의협 타 과 사례 포함 실태 파악 나서…법적 대응 검토

최근 특정 법무법인이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기획소송을 주도하면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온라인에 비방글을 유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형외과를 넘어 타 과까지 유사한 피해가 우려되면서 대한의사협회가 대응에 나섰다.

성형외과의사회가 접수한 피해 사례는 대부분 유사했다. 갑자기 경찰을 대동하고 찾아온 환자가 수술 결과가 불만족스럽다거나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의무기록지를 요구한다. 의사가 이에 응하면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고 여의치 않으면 온라인에 무차별적으로 비방글을 올려 의료기관을 압박한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성형외과의사회 한 임원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패턴이 동일하다. 어느날 갑자기 경찰과 함께 나타나는 것이 시작이다. 의사들로서는 경찰까지 앞에 있으니 속수무책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경찰이 출동한데다 환자들 요구에 협조한 것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몰려 소송 과정에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형사고소에 들어가 현재 진행 중인 소송만 10건이 넘는다. 소송 끝에 무혐의 판결을 받은 의사들도 있다. 환자 측과 합의했거나 기획소송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피해를 입은 사례까지 있는 만큼 실제로는 수십 건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특정 법무법인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이 법무법인 대표인 A 변호사는 유튜브나 성형 관련 카페를 통해 접근한 환자들에게 기획소송을 종용하고 있다. 과거 성형외과 법무팀에서 근무한 경험을 이용해 본인을 '성형전문변호사'라 소개하고 낮은 수임료 등으로 환자를 끌어모으고 있다고 했다.

A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에 '성형외과 합의금 받는 법'이라면서 영상 수십 개를 올리고 소송을 진행하는 환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병원 비방글을 쓰게 하거나 1인 시위까지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지 않는 환자에게 폭언과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의사회 임원은 "의사를 겁박하고 병원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 환자들까지 소송에 몰아넣는 악질"이라며 "의사들은 뒷통수를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병원 근무 중에 '이런 사업을 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법인을 차린 뒤 성형외과를 타겟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성형외과의사회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 해당 변호사 징계 등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의사회 임원은 "자칫하면 환자와 의사 간 싸움으로 비칠 수 있어 의사회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게다가 성형외과는 물론 타 과까지 유사한 피해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 의협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의사회 요청에 따라 의협도 최근 실태 파악에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를 통해 성형외과는 물론 외과 등 전체 과를 대상으로 유사한 사례를 수집 중이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해당 변호사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체 과를 대상으로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으며 의협 차원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 이사는 "본인 스스로 의료소송 당사자라는 확신이 없거나 애매한 사람들까지 부추겨 소송에 나서도록 종용하는 것은 변호사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정부와 국회에도 이런 시각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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