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한계 이용해 불안 퍼트리고 이득 취하기도
"백신이 유전자 조작한다" 등 백신 공포 확산
백신접종 본격화 뒤로 백신 무용론까지 나와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가 초래하는 사회적 공포는 방역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체 협력을 어렵게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해 1월 대한감염학회 등 9개 학회는 대국민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고 신종 감염병 사태 속에 불확실한 정보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 전문가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코로나19 가짜뉴스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팬데믹 주요 분기점마다 가장 '핫한 키워드'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부족했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근원과 감염 경로 등에 대한 가짜뉴스가 주를 이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생화학무기 개발 과정에서 유출됐다', '코로나19는 5G 전파를 타고 확산된다', '감염자를 쳐다만 봐도 옮는다'가 대표적이다.

의료인의 전문성을 악용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의료기관과 전문가 단체의 피해도 속출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폐 절반이 섬유화된다', '방역은 실패했고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없으니 비상약을 사모으라'는 등 공포와 혼란을 부추기는 내용이 일선 병원과 의료진 이름을 도용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비슷한 시기 대한의사협회 명의로 코로나19 허위 권고안이 소셜미디어에 퍼져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고조된 불안 심리를 이용한 '공포마케팅'도 기승을 부렸다. 명확한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의료기관과 의료진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퍼트리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주사요법으로 면역력을 증진하고 감염을 억제한다'거나 '고춧대차·유산균·녹차 등 특정 식재료를 복용하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공유됐다.

가짜뉴스는 백신접종에도 영향을 미쳤다. '백신 접종자에게 전자칩을 심는다', '백신을 맞으면 유전자가 변형된다', '접종한 노인은 치매 걸린다' 등 황당한 괴담이 퍼져 백신 공포를 부추겼다. 지난 2월 26일 백신 접종 시작 후 한 달 동안 279명이 코로나19 백신 가짜뉴스 유포로 검거됐다.

국내 가장 먼저 도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과 효용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싸구려 백신'이라 폄훼되기도 했다. 논란 불식과 접종 권장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자, 접종 직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화이자 백신으로 바꿔치기 했다는 소문이 돌아 담당 의료진이 비난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코로나팬데믹조사위원회는 온라인을 통해 코로나19 위험이 과장됐고 백신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팬데믹조사위원회는 온라인을 통해 코로나19 위험이 과장됐고 백신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이상반응이 이슈가 된 뒤로는 '백신 접종 사망자가 코로나19 사망자보다 많다'면서 통계를 오도해 백신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코로나팬데믹조사위원회'라고 밝힌 백신접종 반대자들은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2월 26일부터 8월 4일까지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례가 629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정부가 발표한)코로나19 사망 사례 521건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의심신고 사망 사례와 실제 백신 이상반응 사망은 별개의 수치라고 일축했다. 지난 27일 기준 백신접종과 인과관계가 증명된 사망 사례는 총 2건이다. 질병청은 앞서 이들에 대한 법적 대응과 홈페이지 폐쇄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가짜뉴스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백신을 '100신' '하얀신', 코로나19를 '골5나'처럼 다른 표기까지 해가며 여전히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

이밖에도 백신 무용론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 일부 기업의 영리와 뒤섞인 양상을 보였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백신 접종 이상반응 관련 기사마다 '백신 맞느니 차라리 코로나 걸리는 것이 낫다. A치료제를 빨리 승인해서 치료하면 된다', '3알만 먹으면 코로나바이러스가 96.3% 사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인정한 치료제가 있는데 정부가 백신 때문에 일부러 승인을 안 해준다' 같은 댓글이 올라와 있다.

가짜뉴스 폐해가 커지면서 그 온상으로 지목받는 소셜미디어 업계도 검열을 강화하는 추세다. 페이스북이 지난 18일 코로나19 허위정보를 퍼트리는 계정 3,000개를 삭제한데 이어 유튜브도 지난 25일까지 코로나19 치료제나 허위 정보가 포함된 영상 100만 건을 삭제했다. 트위터 코리아는 지난 6월까지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4만3,000건을 차단했다.

정부가 나서서 직접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는 규제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가짜뉴스 '팩트체크'를 비롯해 국민들이 코로나19를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는 물론 기존 언론도 가짜뉴스 확산에 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서울대 인류학과 박한선 박사는 청년의사 유튜브 '코로나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 "실제보다 감염병 관련 정보를 안 좋게 부풀리는 등 의도적으로 이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매스미디어의 힘은 크다. 언론이 '백신 효과 없다. 백신 맞으면 죽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비록 100만분의 1 확률이더라도 '죽었다'는 소리만 기억하고 백신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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