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코로나19 이후 전화상담·처방 현황 분석’ 발간
전화상담·처방 진료 경험 있는 의사 중 절반 이상 ‘불만족’ 응답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 어려워…법적·제도적 안전장치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처방’이 제도화 될 경우 환자는 물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모두에게 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처방 현황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환자 편의성과 경제적 효용성을 이유로 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를 통해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한 의료기관 총 8,273개소를 분석한 결과, 60만9,500명의 환자가 전화상담·처방 진료를 이용했고 진료 횟수는 91만7,813건이다.

전화상담·처방이 이뤄진 진료과목은 내과가 60.2%로 가장 많았고, 신경과 6.0%, 정신건강의학과 4.8%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확진 환자가 급격히 확산된 대구·경북과 서울·경기지역의 경우 전화상담·처방 진료 참여율이 높았다. 또 제도 시행 초기 의원급 의료기관 참여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으나, 5월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상담·처방 이용 환자들의 다빈도 상병을 살펴보면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2형 당뇨병’, ‘지질 단백질 대사장애 및 기타지질증’, ‘급성기관지염’, ‘위-식도역류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혈관운동성 및 알러지성비염’, ‘뇌경색증’, ‘협심증’, ‘기타 갑상선 기능저하증’ 순이었다.

하지만 환자 1인당 평균 진료횟수는 조현병 3.1회,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1.7회, 수면장애 1.7회, 우울에피소드 1.6회, 기타 불안장애 1.6회 순으로 정신과적 질환 처방 횟수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화상담·처방’ 제도 도입 평가(자료제공: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전화상담·처방’ 제도 도입 평가(자료제공: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하지만 의사들은 코로나19 상황과 무관하게 전화상담·처방 제도 도입에 부정적(77.1%)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전화상담·처방 진료 경험이 있는 의사 1,770명(31.1%) 가운데 절반 이상인 59.8%는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환자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83.5%)’이 꼽혔다.

전화상담·처방 진료를 제공하지 않은 의사 3,919명(68.9%)도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70.0%)’과 ‘책임소재 문제에 부담(56.1%)’을 느껴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화상담·처방’ 진료 제공 후 불만족한 이유(자료제공: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전화상담·처방’ 진료 제공 후 불만족한 이유(자료제공: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팀은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향후 제도화 할 경우 정부가 ▲의료 제공자 측면 ▲의료 소외계층의 접근성 향상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 측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추진과 관련한 분명한 원칙 설정 ▲전화 진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개발 ▲불필요한 진료 증가 규제 ▲환자 및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안전성 확보 방안 등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공동연구자인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유승현 교수(의협 의무이사)는 “정부는 그 동안 발표된 전화상담·처방의 일부 결과만 보고 의료사고와 같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환자의 편의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의료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를 위한 것으로 의료 행위결과에 따른 책임은 의료인에게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의사 환자 간) 상이한 이해관계, 법적 책임 범위 규정에 대한 문제, 의료서비스의 복잡성과 다양성, 보상설계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환자 편의성과 경제적 효용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 혹은 제도화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향후 비대면 진료 정책 도입 시 규정과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내용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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