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한올바이오파마, 美바이오벤처와 차례로 협력
GC녹십자·유유제약, 해외 기업·연구소와 공동개발
미래성장동력 확보…“글로벌 시장 진출 염두 선택”

‘오픈이노베이션’이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해외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손을 잡는 국내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유수의 연구진과 협업함으로써 신규 플랫폼 기반의 신약 개발을 꾀할 수 있는 데다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는 최근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미국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와 공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는 미국 보스턴 소재 신약개발회사 알로플렉스(Alloplex Biotherapeutics)사에 100만 달러 규모의 공동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알로플렉스의 항암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중장기적 협력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2022년 상반기로 계획된 알로플렉스의 면역세포치료제 ‘수플렉사(SUPLEXA)' 1상 임상시험 진입이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가 미국 바이오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미국 신약개발회사 뉴론(Nurron Pharmaceuticals)의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하는 동시에 파킨슨병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장기적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해당 투자를 통해 양사는 100만 달러 규모의 뉴론 지분을 인수하고 뉴론에서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우선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 뉴론과의 협업을 계기로 향후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들과 소통·협력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양사가 미국의 바이오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보스턴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하고 있고, 소위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며 “자사 입장에서는 유망한 기술을 가진 기업을 먼저 선별하고 집중투자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단축시키자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미국 바이오벤처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해외 기업 또는 연구기관과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GC녹십자는 지난달 미국 스페라젠(Speragen)과 희귀난치성질환인 ‘SSADHD(Succinic Semialdehyde Dehydrogenase deficiency,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의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일본 돗토리대학교와 ‘GM1 강글리오시드증(GM1 gangliosidosis, 이하 GM1)’의 경구용 샤페론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SADHD’와 ‘GM1’는 유전자 결함에 따른 체내 효소 부족으로 인해 열성 유전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두 질환 모두 치료제가 없는 상황으로 GC녹십자는 각 질환의 혁신 신약(First-in-Class)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SADH 치료제의 경우, GC녹십자는 파트너사인 스페라젠으로부터 SSADHD 단백질 생성을 위한 플라스미드(Plasmid) 관련 특허에 대한 권리를 부여 받는다. 파트너십 체결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페라젠은 지난 2019년 워싱턴주립대학교(Washington State University)으로부터 원천 특허에 대한 독점 실시권을 확보한 바 있다.

GM1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는 돗토리대의 후보 물질 스크리닝 기술의 힘을 빌리게 된다. 돗토리대는 일본 정부기관인 의료연구개발기구(AMED)의 지원과 의학·건강·영양 연구소(NIBIOHN)와의 협업을 통해 GM1 치료 물질 스크리닝 기술을 확보했다.

아울러, 해외 연구·교육기관과 신약 개발 공동연구 또한 이뤄지고 있다.

유유제약은 지난 3월부터 미국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대학과 신약 개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UCLA의 지적 재산권을 관리하고 및 각종 연구를 상업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을 주도하는 UCLA TDG(Technology Development Group)가 다리를 놓았다.

이에 유유제약과 UCLA는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과 뇌졸중(Stroke) 치료를 위한 일련의 신약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유유제약은 산학협력 공동연구로 개발된 각각의 신약 물질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보유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가진다.

제약업계에서는 이 같은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사례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해외 연구소나 기업 등과 공동 개발을 진행면 해외 규제기관과의 논의에서 곧바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줌과 같은 비대면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어 해외 연구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자연스러워진 점도 한몫했다”며 “굳이 직접 오고갈 필요 없이 비대면으로 협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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