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들, 병상 확보에 골머리
기존 중환자 병상 비워야 하는 상황에 ‘의료공백’ 우려
“파견 인력 받기 힘든 중환자실, 인력 공백은?”

두 번째 병상동원 명령을 받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이 병상 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한적인 공간에 추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마련하려면 다른 중환자 병상을 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병상뿐만 아니라 의료 인력도 문제다.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는 다른 중환자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환자 진료에 외부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첫 번째 행정명령으로 마련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한계라는 말이 나온다. 다른 중환자들이 입원 병상을 기다리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3일 내린 코로나19 병상 확보 행정명령으로 인해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들은 오는 27일까지 허가 병상 수의 1%였던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을 1.5%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13일 내린 코로나19 병상 확보 행정명령으로 인해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들은 오는 27일까지 허가 병상 수의 1%였던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을 1.5%로 확대해야 한다.

기존 중환자 병상 비워야 하는 3차 병원들…“다른 중환자 진료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지난 13일 내린 행정명령으로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28곳(국립대병원 2곳 포함)은 오는 27일까지 허가 병상 수의 1%였던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을 1.5%로 확대해야 한다.

2주 안에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0병상 이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는 비상이 걸렸다.

삼성서울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20병상에서 30병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른 중환자 병상을 축소해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현재 추가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마련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전실 등을 갖춰야 해서 비용도 많이 든다”며 “지금도 중환자 병상을 축소해야 하기에 다른 병원에서 오는 중환자를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기존 25병상에서 37병상으로 12병상을 더 확보해야 한다. 5병상은 기존 감염병 대응 병동에 추가로 마련할 수 있지만 나머지 7병상은 다른 공간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조시설 등을 갖추고 동선을 분리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7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려면 일반 병상 20병상을 비워야 한다. 공사에만 10억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안암병원도 추가 병상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환자 병상으로 활용하려면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에는 그런 설비를 갖춘 입원실이 많지 않으며 시설 공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은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병실에는 산소공급장치 등을 사용할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신축 병원이면 몰라도 지은 지 30년 된 병원 건물은 시설 공사를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며 “산소공급장치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병실을 찾아서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허가병상의 1%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확보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확보해야 하는 병상이 더 늘었는데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기존에 마련한 코로나19 병상도 의료인력 부족과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 장비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었다. 부족한 에크모 장비 등을 운송해주는 시스템도 없다”며 “기존 병상부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번째 병상동원 행정명령은 의무감에 어떻게든 이행했지만 두 번째 행정명령은 내리지 않는 게 맞았다”고도 했다.

중환자 진료 인력, 기존에도 부족했다

의료 인력도 문제다. 코로나19 중환자를 담당할 중환자실 근무 경력 간호사가 부족하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중환자를 담당해야 하는 만큼 외부 지원 인력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파견 인력이 2~3배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기존 구성원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인 A대학병원은 파견 간호사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 병원 소속 의료진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30만~40만원 정도였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 담당 의사나 간호사들이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이 너무 부족하면 기존 중환자 병상을 비워 인력을 맞춰야 하는데 이 때문에 다른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다른 병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외부 인력을 받아서 병동에 투입하고 병동 인력을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투입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면서도 “신규 간호사를 채용해도 3개월 이상 교육이 필요하다. 중등도 높은 환자들을 보는 대학병원에서 외부 인력을 바로 병동에 투입할 수 있겠는가. 뒷감당하는 게 더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마른 걸레 쥐어짜듯이 하고 있다. 병원들이 간호 인력을 충분히 채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수가도 충분히 책정했다면 이런 문제가 반복되겠느냐”고도 했다.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은 “파견 인력을 받았더니 기존 인력과 잘 섞이지 못하고 병원 시스템을 모르니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는데도 한참 걸린다”며 “특히 파견 인력이 기존 인력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다보니 ‘관두고 파견직으로 근무할까’라며 술렁이기도 하더라. 차라리 별도 지원금을 주면 그 돈으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인건비(수당) 지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병원마다 중환자실 근무 경험이 있는 간호사가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다. 이들이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보도록 설득해야 한다. 현재는 파견 인력이 두세 배 높은 급여를 받다 보니 위화감이 조성돼 제대로 일하기 힘들다고도 한다”며 “지금과 같은 인건비 지급 방식으로는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중환자 진료에 필요한 간호사만이라도 충분히 확보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병원에 권한을 더 주고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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