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30조원’ 성장 전망…제약·식품·화장품업계 ‘눈독’
자가면역질환 등 신약개발 임상 활발하지만 상업화는 아직
“마이크로바이옴 타이틀 넘어서 기술적으로 효과 입증해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대한 각 산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세균, 바이러스 및 곰팡이 등 모든 미생물의 유전체를 통칭한다.

기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중심의 건강기능식품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인체 내 생균 및 대사체가 면역·대사기능에 주는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제약, 식품, 화장품 업계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유전자, 의약품, 알약, 약
유전자, 의약품, 알약, 약

특히, 최근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이 차례로 거액에 인수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1일 CJ제일제당이 983억원을 투입해 천랩을 인수했으며, 같은 날 아미코젠이 약 600억원에 비피도를 인수한 것.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통해 각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리서치 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2019년 811억 달러(약 89조 원)에서 연평균 7.6%로 성장해 2023년에는 1,086.8억 달러(약 13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기업들로 시선을 좁히면 상황은 어떨까?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환영받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지만 관련 기업들이 항상 꽃길만을 걷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2일(현지시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의 선두주자 격인 미국 바이오텍 ‘세레스 테라퓨틱스(Seres Therapeutics)는 장 개장 전 거래에서 주가가 전일 대비 52% 이상 하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경증 또는 중등도 궤양성 대장염(UC)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 ‘SER-287' 2b상 임상시험(ECO-RESET)에서 위약 대비 1차 평가변수인 임상적 관해율(clinical remission rates)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일 네슬레 헬스사이언스(Nestlé Health Science)와 5억2,500만달러 규모(한화 약 6,48억원)의 공동 상업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인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세레즈 테라퓨틱스는 네슬레 헬스사이언스로부터 선입급금 1억7,500만 달러를 수령하고 SER-109에 대한 FDA 승인 시 추가로 1억 2,5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상업화에 따른 최대 2억2,500만 달러 수준의 마일스톤도 포함됐다.

국내에도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는 활발하다. 고바이오랩, 지놈앤컴퍼니 등이 국내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고바이오랩은 지난 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궤양성 대장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 ‘KBL697’ 2a상 IND(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고바이오랩은 2a상을 통해 경도 또는 중등도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전투여(pre-treatment)한 후 KBL697를 투약해 유효성과 안정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고바이오랩은 이밖에도 미국 FDA로부터 면역질환인 건선을 적응증으로 한 KBL697 2상도 승인받은 바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독일머크·화이자와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함암제 'GEN-001' 공동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FDA로부터 GEN-001의 2상 권장 투약 용량(RP2D)을 확정 짓기 위한 GEN-001과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 병용투여 1/1b상을 승인받고 비소세포폐암,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 요로상피암 등 고형암 환자 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놈앤컴퍼니는 향후 2a상을 통해 기존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위선암 및 위식도접합부암에 대해 GEN-001과 바벤시오의 병용투여 효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독일머크·화이자는 공동연구개발 계약에 따라 1상에 이어 2상에 필요한 바벤시오를 무상으로 공급한다.

이밖에도 지놈앤컴퍼니의 자회사 사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Scioto Biosciences)는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FDA로부터 뇌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B-121’ 1상 IND를 승인받고 현재 환자를 모집 중이다.

이번 1상은 미국 신시네티 어린이병원(Cincinnati Children’s Hospital Medical Center)에서 자폐증(ASD)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대조, 이중맹검, 무작위시험 방식으로 4주 투약을 포함해 총 17주 간 진행될 예정이다.

두 국내기업 모두 초기 단계 임상시험을 통해 본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기반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각 사업 분야별로 세분화 또한 이뤄지고 있다. 항암 신약부터 세안용품까지 마이크로바이옴이 따라붙지 않는 분야가 없다”며 “이제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이름표를 다는 것에서 벗어나 기술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기업들에게는 당면한 과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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