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신기술 도입 관점이 아닌 환자 편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초기 투자 비용·수가 문제는 원격의료 수요 계속되면 해결되리라 예상

지난 9일 열린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원격의료 분야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원격의료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사진 출처: 의료정보학회 학술대회 온라인 화상 캡처).
지난 9일 열린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원격의료 분야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원격의료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사진 출처: 의료정보학회 학술대회 온라인 화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원격의료가 의료 현장에 한 발 더 깊이 들어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필요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높은 초기비용이나 미비한 수가체계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난 9일 열린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원격의료 심포지엄에 참석한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진영 교수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원격의료 흐름은 계속될 거라면서 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원격의료 도입이나 스마트병원 구축은 어느 한 사람의 주도로 되는 게 아니라 병원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 필요성에 공감할 때 원활하게 이뤄진다"면서 "모두 마음속에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조금씩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병원은 프로세스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문제가 발생하는 환경이다 보니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우려나 거부감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의 방점이 이제 기술이 아니라 환자에게 가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멀어졌던 의사와 환자의 거리가 원격의료를 통해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앞으로 기술과 진료 환경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발전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원격의료는 맞다, 틀리다라는 논의 틀에서만 다뤄졌다. 이제 원격의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논의할 시기"라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 역시 원격의료를 기술 산업적 측면이 아니라 환자 편의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접근성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이조차 누리기 어려운 환자들이 존재한다면서 원격의료가 장애인이나 노인처럼 병원 접근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원격재활과 같은 원격의료는 이제 병원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돌봄모델 중 하나로서 의료진과 환자가 쓸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늘었다고 이해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원격의료를 기술개발처럼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 환자 편의적 측면에서 접근할 때다.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제시할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 단계에서 출발해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수가 부재나 높은 초기 비용 측면에선 전문가들도 그 한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진영 교수는 “아직까진 투자 개념이나 R&D 형식으로 진행되는 건 사실”이라면서 “먼저 도입해보고 의료진이나 환자의 경험이 쌓여야 수가 체계나 여러 제도를 정립하는데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아직까진 이런 경험을 쌓아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백남종 교수는 산업 발전으로 원격의료 장비가 대량생산 단계에 접어들면 진입 문턱도 낮아질 거라고 예상했다.

백 교수는 “원격재활 분야에서는 재활에 쓰는 로봇이 대량생산 가능해지면 초기 비용이 크게 감소할 거라 본다. 대여나 리스 형식도 등장할 거다. 앞으로 재활 부분 수요는 꾸준히 지속될 거고 5년~10년 내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재활 로봇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차원에서 수가체계 확립 등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이경분 교수는 "현재 디지털 병리는 따로 수가체계가 없어 기존 병리 분야 수가와 구분 없이 수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화 과정에 드는 비용에 대한 보전도 어렵다"며 "정책의 부재가 원격의료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를 가로막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수술 현장에서 신속 응급 검사를 위한 디지털 병리 전문가 수요가 높다. 이미 지난 90년대부터 국가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병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해왔다. 검체 중심 병리 검사에 대한 규제도 많이 해제했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의료 현장에서 더 수월하게 원격의료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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