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산업계 등 의료정보학회 학술대회서 중요성 피력
"규제보다는 경험 확대해 현장에서의 필요성 인지시키고 발전해야"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습 제한 등 의료 현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다만,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사용자를 대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경험을 확대해, 이를 활용한 교육 필요성을 인지하도록 이끌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메타버스란 가상(Meta)과 현실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기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보다 진보한 개념이다.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이 핵심 기술이다.

2021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 ‘의료 교육, 메타버스 세계의 문을 열다’ 심포지엄 토론 사진. (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 뉴베이스 박선영 대표, DHP 정지훈 파트너, 삼성서울병원 손명희 교수, 서울여자간호대학 김명애 교수.
2021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 ‘의료 교육, 메타버스 세계의 문을 열다’ 심포지엄 토론 사진. (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 뉴베이스 박선영 대표, DHP 정지훈 파트너, 삼성서울병원 손명희 교수, 서울여자간호대학 김명애 교수.

지난 7일 진행된 2021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의료 교육, 메타버스 세계의 문을 열다’를 주제로 메타버스의 장점과 의료 현장 도입 시의 한계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DHP(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정지훈 파트너는 메타버스의 장점으로 ‘상호작용’을 꼽으며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지훈 파트너는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방향이던 기존 교육과 달리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의료 교육에서) 지식 전달보다는 시뮬레이션 실습이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손기술이나 상호작용 정도가 높은 분야일수록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효용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추가로 만들어지거나 제공돼야 할 기술도 많다. 수술 측면에서는 단순히 메타버스 환경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손에 쥐는 감각이 있는 기기 등의 사용도 중요하므로 하드웨어 또는 추적(tracking) 기술이 요구되는 등이다. 메타버스 기술도 사례별로 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지훈 파트너는 “메타버스 기술은 매년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며 “아직 실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많아 밸리데이션(Validation, 특정 시스템이 미리 설정된 판정기준에 맞는 결과를 일관되게 도출함을 검증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규제보다는 도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명희 교수도 “의료 교육의 효과를 제대로 밸리데이션 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나”하고 반문하며 “기술은 급격하게 변하고 사용자와 의료 교육의 내용 또한 변화한다. 효과보다는 실행 가능성의 확인이 중요하고, 사용자 만족도가 더해진다면 효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므로 후향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메타버스 기술이)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의료 교육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에서도 아직 메타버스를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메타버스 환경에서의 교육이 전통적인 교육 또는 시뮬레이션 기반의 교육 대비 어떤 장점이 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교육 중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 특성을 알고 있어야 향후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을 준비할 수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의 사전지식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많은 교육은 축적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교육 내용이 축적되고 이에 따라 교육자의 편의성이 높아져 더 나은 교육 개발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메디컬 시뮬레이션 게임 ‘뷰라보(Vurabo)’를 개발한 뉴베이스 박선영 대표 또한 메타버스 활용 교육의 참관 사례를 밝히며 도입의 필요성을 전했다.

박선영 대표는 “뷰라보 서비스를 만들고 다양한 교육 현장에 참관했다”며 “교수가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시간은 상당히 소요됐던 반면, 학생들은 손에 쥐면 알아서 잘 하더라. 교수들은 (서비스가)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학습 설계나 평가도구 등을 철저히 검증하며, 사전 준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도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수업 끝나고 휴대폰으로 다운로드 받아서 해 보라는 말을 했을 때 학생들이 오히려 수업보다 쉽게 학습하는 것을 보고 교수들 또한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대표는 “콘텐츠 제작자로서도, 기술 개발자로서도 검증된 평가도구나 교육도구,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활용해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도구나 가이드라인이 검증만 돼 있다면 해당 수준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이를 현장에 도입하고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피드백을 통해 학습효과와 만족도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빠르게 높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여자간호대학 김명애 교수는 임상과 교육 현장의 간극이 존재하는 간호 교육에서 메타버스 도입이 절실하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김명애 교수는 “간호 교육에서도 메타버스는 ‘된다, 안 된다’를 떠나서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메타버스의 필요성에 절박할 정도의 속도감이 붙었다. 얼마 전 학회에서 지역사회 간호 실습을 가상현실로 하는 발표를 봤을 때, 현장 교육과 맞기 위해서는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너무나 많은 영역이 존재해 어디부터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메타버스 도입 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현재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리한다면 밸리데이션에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하고 제언했다.

이어 “메타버스 또는 대학의 시뮬레이션 센터 이용의 목적은 임상 현장에 나갔을 때 (교육 현장과의) 괴리감을 좁히는 일”이라며 “실제 임상에서 수행되고 있는 간호 술기 등이 표준에 따라 구성될 수 있도록 교수자가 잘 개발해야 한다. 간호대학은 병원가 경력이 단절된 상태로 학생을 가르친다는 점이 가장 큰 핸디캡(handicap)이다. 학습자가 ‘메타버스에서 이런 내용을 실습했더니 실제 현장에서도 괴리감이 없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임상 현장의 경험이 녹아들어간 프로그램이 구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