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 등도 수가 마련 나서…산업 특성 고려한 수가 정립 必"
학계·산업계·정부 관계자 등 법학회·진흥원 학술대회서 제언

급속도로 발전하는 국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수가 체계 확립 등 국가 차원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한국과학기술법학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바이오헬스 법제의 과제’를 주제로 학계, 산업계, 정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지난 30일 한국과학기술법학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팀 박대웅 팀장이 줌(Zoom)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 30일 한국과학기술법학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팀 박대웅 팀장이 줌(Zoom)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및 법제 동향을 발표한 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팀 박대웅 팀장에 따르면, 디지털 핼스케어 국제 시장 규모는 2019년 100조원 규모에서 2026년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능정보기술의 발전 및 건강관리의 효율성 증대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는 여러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며, 주요 장애물로는 가치 측정의 어려움, 전통적인 의료 시스템과의 괴리,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의 어려움, 비용 지불 문제 등이 지적됐다.

이 중에서도 박대웅 팀장은 비용 지불 문제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손꼽았다.

박대웅 팀장은 “지불 대상자는 보험자, 환자, 의료기관, 제약·의료기기 회사 등이 있지만 환자 또는 의료기관은 비용 부담을 크게 느껴 완벽한 지불 주체가 되기 어렵다”며 “진흥원 설문조사 결과 일반 국민 중 첨단 보건의료기술 활용에 대한 우려로 비용 부담을 지목한 응답자는 69.6%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적으로도) 인공지능(AI) 의료기기가 2020년 9월 기준 53개 허가됐고, AI 기반 의료기기의 요양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음에도 추가 보상사례는 전무하다”이라고도 했다.

박대웅 팀장에 따르면 해외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미국은 기존 시스템 내에서 혁신 기술에 수가를 부여했으며, 프랑스는 원격의료 로드맵 내에서 의료시스템혁신펀드를 활용해 실험적으로 수가를 부여했다. 싱가포르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며 의료보험·보조금과 유기적으로 연계했다. 독일은 디지털헬스케어법이라는 혁신적 수가 법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다만 박대웅 팀장은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서도 각국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적정 수가를 보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수가 제도를 둘러 싼 혁신지체 또는 재정부담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특성을 고려한 수가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며 “비용효과성이 중시되는 건강보험재정을 활용하기 전, 별도 기금이나 규제 샌드박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수가 법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박대웅 팀장은 강조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도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 이어졌다.

눔코리아 김영인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헬스케어 산업, 정부 정책 등 3가지 관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육성을 위해 제언하겠다”며 “기업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 후 재택 내 모바일 사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모바일 참여를 이끌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재미 없는’ 건강관리를 소비자들이 지속하게 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데이터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할지 고민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를 어떻게 잘 모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비대면 의료 확대로 환자와 의료진 간 초기 접촉부터 데이터가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바일 헬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규제는 상당히 완화됐다고 본다”며 “이제는 규제 완화보다 시장 조성이 중요하다. 인허가 환경은 마련됐지만 시장에서 이를 수용할 준비가 덜 돼 있다. 정부에서 정책을 고려할 때 시장 조성을 통한 산업 육성을 시급히 고려해달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여전히 산업과 규제 간 간극이 있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의료기기 산업 변화와 규제 이슈’를 주제로 발표한 한경대 법경영학부 박정연 교수는 “규제가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며 “규제지체와 법체계의 부조화가 해소돼야 한다. 시장진입 측면에서는 인허가 기준과 절차, 신의료기술평가 개선, 건강보험 수가 적용에 개선이 필요하고, 사업 활성화 측면에서는 의료기기 기반 의료서비스 허용과 활성화, 데이터 보호와 활용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기 규제와 관련해 법학자들의 참여가 저조하다고 느꼈다”며 “규제 거버넌스 개선과 연구개발·법제개선의 동시진행을 제안한다. 신기술의료기기 연구개발과 규제가 나눠져서는 안되므로 유기적인 규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연구개발의 전주기적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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