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전공의 1년차 한재민 대전협 회장 "여론조사로 결정할 문제 아냐"
“의사가 뭐 하는지 지켜봐야 속 풀린다는 것 아닌가”

“자괴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에 허탈하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는 상황에 외과 전공의 1년차(원자력병원)인 한재민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찬성하고 이를 근거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치권에 분개했다.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부터 의료 현장은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한 회장은 수술실 CCTV를 통해 수술 과정을 감시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했다. 외과 전공의로서 수술 교육이 줄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원자력병원 외과 전공의인 한재민 대전협 회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회장은 지난 22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국민 80% 가까이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듣고 자괴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괴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에 허탈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결국 의사가 수술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지켜봐야 속이 풀리겠다는 것 아닌가 싶다”며 “의사도 사람인데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어려운 수술은 피하고 싶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한 회장은 전공의가 수술에 참여하는 기회가 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지도 교수가 수술하는 도중 전공의에게 집도 기회를 주는 상황을 ‘대리수술’로 오해해 논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은 불법이다. 이 부분에 이견을 보이는 의료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CCTV로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나 논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해 전공의 참여를 최대한 줄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분만 참관 논란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분만 참관 논란 이후 의대생은 물론 산부인과 전공의가 분만실에 들어가는 기회가 줄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임산부가 꺼려서 산부인과 진료에 남자 전공의는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 의대생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사회가 의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그런 시선에 의사들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불법 대리수술을 옹호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정적인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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