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룡 변호사 "의료계 신뢰하고 소탐대실 함정 벗어나길"
의료계도 법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높일 필요 있어

대한의사협회 제40대 집행부에서 법제이사를 역임한 전선룡 변호사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 확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등 최근 논란이 된 쟁점 법안들은 의료계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국회가 '표심'만 따르면서 기본적인 법적 요건은 물론 의료계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

의료계에는 법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의료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들을 케어하는 '법조계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되겠다고 했다.

법무법인 동진 전선룡 변호사는 지난 18일 의료계 법원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법조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의료계 현안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우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정을 앞둔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법이나 의사면허박탈법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인기영합주의라는 함정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국회에서 법안이 내포한 위헌성, 타 법안과의 충돌 가능성, 기본권 침해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발의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법제이사를 역임한 전 변호사는 "내부에 있으면서 봤을 때 의사는 다른 면허 관련 직종과 달리 (의료라는)생태계만의 특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그러나 의료계를 향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전 변호사는 "의료계가 그동안 의사의 업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을 국민에게 알려야 했는데 지금껏 충분한 이해를 구하지 못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법안이 쟁점이 된 것도 결국 "신뢰의 문제"라면서 자율징계권 강화 등을 통해 의료계 내부 자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으론 우리 사회가 의사들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길 권했다.

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의사들은 사람 생명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봐선 안 된다는 의식이 깊게 체화돼 있다"면서 "의사의 99.9%는 선한 심성으로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혹독한 훈련을 거쳐왔다. 사회가 소탐대실의 함정에서 벗어나 의사들을 좀 더 신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18일 의협 법제이사직을 마치고 새로 옮긴 법무법인 동진에서 만난 전선룡 변호사는 의료계 활동으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법조인으로서 의료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8일 의협 법제이사직을 마치고 새로 옮긴 법무법인 동진에서 만난 전선룡 변호사는 의료계 활동으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법조인으로서 의료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비급여 내역 공개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국가가 시장 질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봤다.

전 변호사는 "시장에서 물건을 팔 때 가격을 정하는 건 공급자의 사적 권한"이라면서 "만약 법무부가 변호사들에게 건수마다 수임료를 규정해 얼마 이상 받지 말라면서 일일이 보고하라고 했다면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가 이런 법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의협에서 보건복지부나 국회의원 등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사들을 영입해 이들의 의견을 듣고 법안 문제에 더 전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

아울러 의사들 스스로도 의료법을 꾸준히 공부할 것을 제안했다. 의협이나 학회 차원에서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의사들은 다른 과는 물론 자기 과와 관련된 규정이나 법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착오청구·거짓청구·약제비 삭감·리베이트·자격정지 관련 의료법 뿐만 아니라 복지부 개정 고시도 공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조사 등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협 회무를 마치고 본연의 업으로 돌아온 만큼 앞으로 법조계의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의료 현장의 법률 문제 전반을 케어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법률 전문가들이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나 의료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 의사들이 법률 상담에서 문제를 겪곤 한다"며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판사 설득하기보다 자기 변호사한테 설명하는 게 더 어렵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그는 "의사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직원 채용할 때 표준계약서를 어떻게 쓸지, 병원 광고하는데 혹시 법에 위반되는 건 없는지 등"이라면서 "의사들도 이런 작은 부분부터 꼼꼼하게 체크하고 조언하는 자문가와 함께 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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