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감염병 대응 시설·장비·물품·인력 인프라 구축 시급 호소
“의료인 희생과 헌신만 강요해선 안 돼…정부, 인프라 구축에 나설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상황이 2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의료 현장은 여전히 초기 대응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호복 부족으로 스테이플러로 땜질 하는 건 일상이 됐고, 인력부족으로 인한 소진이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보건의료노조 소속 93개 지부 10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감염병 대응을 위한 시설·장비·물품·인력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이동식 장비가 부족해 간호사가 중증환자를 직접 끌고 이동해 엑스레이(X-ray)를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코로나19 격리병동에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가 구비되지 않아 근근이 버티고 있는 곳도 있다.

개인 보호 장구 부족도 1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심지어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감염지침을 하향 조정하는 곳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음압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6개 구역 중 2개 구역만 음압기를 설치했고 4개 구역에는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환자가 입실하는 병원도 있다”며 “환자별 카트가 지급되지 않아 한 카트에 여러 명의 약물과 투약카드를 보관해야 하는데 투약 오류 위험이 높고 물품을 적절히 채우고 분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심지어 병원 측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감염지침을 하향 조정해 ‘N95’ 마스크 대신 ‘KF94’ 마스크를 지급하거나 방역당국이 레벨D를 권고하는데도 AP가운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해 급조한 병동의 경우 화장실이 없어 격리환자들이 화장실을 갈 때마다 간호사실에 전화로 신청해 가야 한다”며 “용변이 급한 환자들이 복도에서 실례를 하는 경우도 있어 환자의 기본권도 침해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환자 처치 중 질이 떨어지는 방호복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고 마스크 수급이 원활한데도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마스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마스크 끈이 떨어져 사비로 사서 쓰고 있다”며 “어떤 방호복은 조금만 움직여도 앞 지퍼가 내려가 스테이플러로 찍은 후 입고 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력 부족이 해결되지 않자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부가 코로나19 최전선인 의료현장에 시설·장비·물품·인력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면서 겪는 육체적, 정신적 소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병상 수만 늘리고 간호 인력은 늘리지 않아 소진과 탈진, 이탈로 내몰리고 있다”며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상황인데 인력이 추가 투입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상황은 전시상황으로 시설·장비·물품·인력 부족은 치명적”이라며 “더이상 인내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희생과 헌신만 강요해서도 안 된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시설·장비·물품·인력 인프라 구축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9월 1일 산별총파업 투쟁을 예고하고 ▲음압시설 확충 ▲감염병 대응 시설·장비·물품 인프라 구축 ▲감염병 대응인력 확충 ▲감염병 환자의 질환군·중증도에 따른 인력운영 기준과 매뉴얼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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