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1명당 예진 인원 하루 300명…"환자 건강상태 파악 여유 없어"
임진수 회장 "백신 안전성 강조하면서 접종 과정 위험성은 고려 안 해"
환자 몰리면서 예진할 시간 태부족…책임은 공보의 몫으로 돌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투입된 공중보건의사들이 과도한 예진량과 불합리한 처우 등으로 접종 현장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기저질환 유무도 제대로 적혀 있지 않은 예진표 한장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 등 접종 사고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공보의들의 몫이 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임진수 회장은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백신과 백신 접종 과정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정책 방향과 실제 행정현장에는 괴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예진량으로 의사들이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여유가 없다는 것.

임 회장은 “지금 현장에선 공보의 한 사람이 하루에 250명, 많게는 300명까지 예진에 나서야 한다. 센터에선 일단 물량부터 받아 놓고 의사들 보고 알아서 소화하라는 식이다. 환자들이 이미 와 있는데 의사가 안 할 수 없지 않나“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예진표 작성도 의료진이 아닌 행정직원이나 자원봉사자가 맡는다"며 "의사들은 기저질환 유무도 제대로 적혀 있지 않은 예진표만 들고서 ‘오늘 컨디션 괜찮으시냐’는 말 한 마디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근 불거진 오접종 사건이 더 큰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많은 공보의들이 이런 오접종 사고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단 부담감을 안고 있다고도 했다.

임 회장은 “아직까진 용량 문제에 그쳤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의료적으로 접종이 위험한 사람이 접종받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면서 "진정으로 백신이 안전하다고 말하려면 기저질환 유무부터 시작해서 환자의 몸 상태를 의사가 충분히 살필 수 있는 환경부터 갖춰야 한다"고 했다.

공보의들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고 했다.

임 회장은 "지자체들은 의사가 부족하다고 서로 공보의를 배치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정작 현장에선 파견 온 공보의에게 걸맞는 대우나 존중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장 과부하로 발생하는 마찰도 공보의의 몫이다. 접종센터에 근무하던 공보의가 예진 속도가 느리다며 행정 직원에게 '불시 감사를 통해 쫓아내겠다’는 식의 폭언을 듣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게 임 회장의 설명이다.

임 회장은 “공보의들 중엔 하루 200명 보다가 갑자기 250명 보게 됐다고 ‘도저히 못하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다들 ‘그래도 우리가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중”이라면서 “공보의들은 의사로서 사명감 하나로 지난 1년 반을 버텨왔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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