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김윤 교수, 유휴 간호사 활용한 인력 수급 한계 지적
“간호관리료 독립 수가 산정…간호인력 수급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간호인력 수급을 위한 해결책으로 나온 유휴 간호사 유입 방안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보다는 간호인력 근로조건 개선과 인력 확충을 연동해 간호인력 수급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4일 ‘간호사에 투자하라: 국민건강보장의 필수조건’을 주제로 열린 한국간호행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

김 교수는 “배치 수준을 올리려면 간호 인력을 늘려야 하고 간호 인력이 늘어나면 병원과 정부가 간호사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간호사 수를 늘리면 안 된다는 모순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 상황을 선순환 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는 근로조건 개선과 간호인력 확대를 연동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인구 당 간호사 수를 살펴보면 2018년 기준 인구 1,000명당 OECD 평균 정규 간호사 수는 7.38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절반 수준인 3.7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OECD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면 간호사 21만6,000명이 추가로 더 필요하다.

(자료제공: 서울의대 김윤 교수)
(자료제공: 서울의대 김윤 교수)

현재 유휴 간호사 수도 이를 따라잡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019년 건강보험 자격 자료에서 간호사 취업률을 분석한 결과, 면허 간호사 중 직장가입자는 75.4%로, 54.6%는 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으며, 15.8%는 공무원, 교육기관, 복지시설, 공공기관 등 보건의료 관련 분야에 근무하고 있었다.

나머지 5.0%는 제조업 등 간호 분야가 아닌 곳에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면허 간호사 가운데 유휴 간호사를 활용한 인력 수급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김 교수는 “OECD 수준으로 간호사 취업률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현재 현장에 유입될 수 있는 간호사는 5만명이 채 안 된다”며 “5만명으로 현장 배치 수준을 어떻게 올릴 수 있겠나. 배치 수준을 올리려면 인력에 대한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근로조건을 개선해 유휴 간호사를 인력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책이 효과적인 정치적 요구이기는 하지만 정책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전략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실제 간호사 배치 지수를 올리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중환자실 간호사 배치 수준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예로 들었다.

현재 성인·소아 중환자실 간호사 배치 수준을 살펴보면 간호사 1명 당 환자 2.96명을 맡고 있지만 배치기준을 강화해 간호사 1명당 환자를 2명으로 줄이려면 추가 배치돼야 하는 간호사 수는 3,956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간호관리료를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인상해 의료기관들이 간호 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재정적인 조건을 만들고 간호인력이 배출되면 유입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간호사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하므로 간호등급을 지금보다 높게 신설하고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인건비를 기반으로 추가 인력 고용에 필요한 수가 인상분을 산정해 차등수가를 산정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입원료 구성에 포함된 간호관리료의 분담 비중을 높이기보다 독립수가로 만드는 게 현실적인 정책인 것 같다”면서 “추가로 투입된 보상분이 간호사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에 연계되도록 실제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간호관리료 수가가 간호사 임금으로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조건 관련 정보를 공공의 경우 의무로 공개하도록 하고 민간은 공개를 유도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로에 서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력 확충과 연계된 정책으로 갈 것인지, 계속해서 인력을 현재수준으로 고수하면서 배치 수준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것인지에 따라 선택의 결과가 5~10년 뒤에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호 인력 배치 강제 위한 메커니즘도 필요

간호 인력이 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고용을 늘리지 않으면 이 같은 인력 양성 방안도 소용이 없다는 간호계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의료기관들이 간호 인력 배치를 강제화 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울대간호대학 조성현 교수는 “지금도 간호 인력 공급은 확대되고 있다. 의료기관들이 간호 인력 배치 수준을 강화하게끔 강제하는 메커니즘 없이 공급 확대만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며 “악순환을 끊는 첫 번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A간호사도 “간호사 배치 기준을 강화시키는 부분을 의료기관이 어길 시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고 숙련된 인력으로 환자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의료 인력으로 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

한편,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양정석 과장은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간호 인력 수급 정책과 근무환경 개선 방안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복지부는 3교대를 벗어나 근무시간 등을 선택·조정하는 시범사업도 올해 하반기 추진할 예정이다. 또 신규 간호사 사직률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면허취득 후 일정기간 간호사 업무수행과 동시에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수련과정도 도입한다.

양 과장은 “간호관리료 산정기준 개선에 따라 추가 수입분을 간호사 처우개선에 사용하도록 지침을 마련했고 올해 다시 점검하고 모니터링 해 나갈 예정”이라며 “야간 근무자들의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시행한 야간근무 가이드라인도 올해 하반기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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