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침·추나요법 기원과 실체’ 연구보고서 공개
국내 최초 약침 시술은 1960년대 한약업사가 개발
“전통 한의학도 아닌 약침·추나요법, 왜 안전성 검증 면죄부 주나”

약침과 추나요법은 전통적인 한의학 치료법이 아니므로 과학적 검증의 면죄부 역할을 했던 ‘오랜 기간 사용된 전통의학’에도 해당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안전성, 유효성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가톨릭의대 김준성 교수가 진행한 ‘한방 약침치료와 추나요법의 기원과 실체’ 연구보고서를 3일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연구진은 정기간행물논문, 학위논문, 단행본, 신문기사, 유튜브 영상,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약침과 추나 관련 자료를 수집했으며, 법원 판결문과 대한한의사협회의 ‘추나요법 급여 사전교육’ 자료 등도 확보해 분석했다.

그 결과, 약침은 전통적인 한의학 치료법이 아니며 개발자도 한의사가 아니었다.

국내 최초 약침 시술은 1960년대 한약업사인 남상천 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법이었다. 이어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정언 씨가 증류 방식 ‘팔강 약침’을 개발했다.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인용하지 않고 개인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치료법을 완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980년대부터 대학 내에서 수침 또는 약침에 대한 동물실험이 진행됐지만 한의원을 중심으로 확산된 약침 시술법은 대학 연구와 무관하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약침에 대한 논문 발표가 증가했다. 하지만 원외탕전실에서 생산해 유통되는 약침액이나 한의사가 직접 조제하는 약침액에 표준이나 기준이 없어 각자 방식대로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사용되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보건당국이 ‘합법적인 한방의료행위’라는 한의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약침 시술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최근 법원 판결과 법학 논문 등을 보면 “불법적 측면을 지적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침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전통적인 경험조차 없는 몇몇 개인에 의해 착안된 행위로 반드시 의약품과 같은 검증이 필요하며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나요법도 약침과 비슷한 과정으로 한방의료행위로 편입됐다고 지적했다. 조선시대까지 의료로 수기요법이 활용됐다는 근거는 없으며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수기요법은 주로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영역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1988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안마를 한의사의 물리요법에 포함시켰다.

이어 1990년대초 한의사들로 구성된 한국추나의학회는 중의사들이 사용하는 ‘추나’라는 명칭을 채택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추나라는 이름을 가져와 카이로프랙틱, 정골의학, 두개천골요법 등에 한방 이론을 가미해 포장한 형태가 현재의 추나요법이라는 것이다.

보건사회부는 1994년 추나요법이 카이로프랙틱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한방요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연구진은 “각각의 치료 기법들의 출처가 다양하거나 변형되었다면 중국 추나, 정골요법, 카이로프랙틱 등에 대한 임상시험 검증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며 “추나가 안전하다는 한의계의 주장과 달리 늑골골절, 경추 추간판 탈출증, 요추 추간판 파열, 혈종, 사지마비, 신경손상 등이 한의사들에게서 보고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어 “한국 추나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근거가 없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한 결정은 적절하지 않다”며 “각각의 질환과 추나 기법들을 검증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항목들에 대해서만 급여 적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한방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전통’은 일부 이해관계자에게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져 과학적 검증의 면죄부가 되어 왔다”며 “최근 한의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방 약침과 추나요법의 실질적 기원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주사기를 통해 체내에 주사하는 약침은 물론, 추나요법이 독창적인 치료법이라면 각각의 질환과 술기에 대해 임상시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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