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특례제도 맹점과 맞물려 중증 환자들만 이중고 가능성
일산백병원 박혜진 교수, '스카이리치 론칭 기념 심포지엄'서 지적

"중증 건선 환자들이 산정특례 재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당장 6월부터 쓰고 있던 생물학적 제제를 끊어야 하는데, 사실 생물학적 제제는 약물 중단 후에도 일정 정도 효과가 지속되는 레거시(lagacy) 효과가 있다. 때문에 1년 후 산정특례 재등록 시 환자의 상태가 중증 기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환자들의 상태가 다시 나빠진 다음에야 약을 쓸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일산백병원 피부과 박혜진 교수는 최근 애브비가 의료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스카이리치 론칭 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내년 6월은 '중증 건선' 질환에 산정특례 혜택이 제공된 지 5년이 되는 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6월 '중증 건선' 질병코드를 새롭게 신설하고, 환자부담 10%로 치료비를 경감해 주는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현재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는 5년마다 재등록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중증 건선 환자들이 산정특례 재등록을 하기 위해선 등록기간 만료 1년 내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중단하고 다른 전신 치료(메토트렉세이트/사이클로스포린 등의 약물요법과 광선치료 등)를 3개월 이상 받아 치료 일정 기준(체표면적 5% 이상, PASI 점수 5점 이상)으로 실패해야만 재등록이 가능하다.

결국 중증 건선 환자들이 산정특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 잘 순응하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중단하고, 기존에 실패했던 치료요법을 다시 받으며 상태가 나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박 교수는 환자들이 당장 6월부터 생물학적 제제를 중단한다고 해서 1년 후 반드시 상태가 중증 기준으로 악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지속력(durability)에 대한 레거시(lagacy) 효과가 있어 약제를 임의로 중단한다고 해서 곧바로 상태가 악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때문에 정작 재등록 시기가 와도 중증 기준에 미치지 못해 등록에 실패하는 환자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환자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 효과를 장기간 잘 유지하고 있는 환자라면, 약제 중단 후에도 일정 기간 그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건선은 근래 들어 병리기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고, 이를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인터루킨 억제제들이 개발되며 치료 성과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왔다.

인터루킨 17(IL-17)과 인터루킨 23(IL-23)이 건선 발생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IL-12/23 억제제인 '우스테키누맙'을 시작으로 IL-17 억제제 '세쿠키누맙', '익세키주맙', IL-23 억제제인 '구셀쿠맙', '리산키주맙'까지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됐다.

또한 인터루킨 억제제의 개발이 거듭될수록 치료 효과도 상승해 과거 평가지표로 사용됐던 PASI75 달성률이 이제는 PASI90, PASI100까지 향상됐다.

일례로 가장 나중에 개발된 '리산키주맙'의 경우 PASI75 달성률이 90%대에 달하며, PASI90 및 PASI100 달성률은 각각 70~80%, 50~60%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에 광선요법 및 면역억제제, 항 TNF 제제로도 치료효과가 불충분했던 중증 건선 환자들이 리산키주맙 치료를 받고 절반 이상이 장기적으로 완전히 깨끗한 피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처럼 치료 효과를 잘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이 임의로 치료제를 중단한 후 재발해 다시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처음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중증 건선에 대한 현행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료진과 환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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