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억 대표, 라이선스아웃 전략 등도 비판…"5~10년 바라보는 전략 세워야"

“새로 생겨나고 상장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많아지는 만큼 문을 닫고 퇴출되는 기업이 생겨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야만 시장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7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프레스 웨비나에서 김태억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27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프레스 웨비나에서 김태억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27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프레스 웨비나에서 연사로 참석한 김태억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개발본부장)는 한국 제약바이오업계의 현황을 진단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내 의약품시장의 현실과 미래 진단’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한 김 대표는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시장에서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을 받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R&D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줄어들었던 때는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약 2년간 밖에 없다. 그 외에는 사그라든 적이 없다”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이 18배 정도인데 반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PER이 20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이유로 한국 증시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고평가 지적, 버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평가 자체는 양면성을 지닌다는 관점을 내비쳤다. 기업에 대한 고평가는 곧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고, PER 격차를 메우기 위한 기업 R&D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만, 김 대표는 “중장기적으로는 주가 하방 리스크를 지니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대표는 현재 일부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 전략에 대해서 비관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라이선스아웃 모델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기술수출에 따른 계약금을 선급금(업프론트), 경상기술료(로얄티)로 나누고 이 중 평균 선급금인 400억원을 4년으로 분배하면 1년에 기업이 손에 쥐게 되는 순수 현금은 100억~200억원 밖에 안 된다. 사실상 파이프라인 투자 하나 하기에 딱 적당한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라이선스아웃 모델을 주요 수익 모델로 삼으려면 적어도 1년에 네다섯 건씩 매년 수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외 시장으로 직접 진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기술 반환 또한 김 대표가 라이선스 아웃 모델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임상시험 성공률을 고려할 때 기술 반환도 불가피하다. 임상 전(全) 단계를 통틀어보면 70~80%는 실패한다. 이 비율을 기술 반환 비율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유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언급하며 향후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현재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위한 항체 생산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항체의약품 시대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존속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붙는다”며 “최근에는 바이오의약품의 주축이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향후 변신을 할 필요성이 다가오고 있다.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한양행, 한미약품의 경우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고 있지만 5년 후, 10년 후를 바라보는 전략적 지향성은 명확하지 않다”며 “이를 명확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바이오팜을 포함한 SK그룹의 경우, 공격적인 CMO(위탁생산) 업체 인수나 미국 제약사 로이반트와의 공동투자 형식을 통해서 신규 모달리티인 ‘프로탁’ 개발 기업을 설립하는 등 그간의 행보를 볼 때 긍정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로 보인다.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파이프라인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며 정부 주도의 파이프라인 개발 센터 구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대구와 오송에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신약개발지원센터를 집중 지원해서 국가적인 파이프라인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해당 기술은 모더나를 중심으로 약 10년간 연구가 이뤄졌고 코로나19를 통해 꽃피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차세대 모달리티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신규 모달리티 개발을 위해서는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야 한다.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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