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한지연 최고연구원 "더이상 1세대 약과의 비교는 무의미"

"오시머티닙(상품명 타그리소)은 FLAURA 연구와 ADAURA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진행성 단계뿐 아니라 조기 단계까지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치료제다. 더이상 1세대 약과는 효능 비교는 무의미하며,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전 세계 국가들이 진행성 단계 1차 치료에 오시머티닙을 표준치료제로 사용 중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 급여를 인정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다."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한지연 최고연구원은 지난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19차 대한종양내과 정기 심포지움 및 총회에서 '조기 단계부터 진행성 단계까지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전략 전환(Transform treatment strategy for EGFRm NSCLC patients from early to advanced stage)'이란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한지연 최고연구원이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19차 대한종양내과 정기 심포지움 및 총회에서 발표를 진행 중이다.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한지연 최고연구원이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19차 대한종양내과 정기 심포지움 및 총회에서 발표를 진행 중이다.

이날 한지연 최고연구원은 타그리소의 대표 3상 임상인 FLAURA 연구와 ADAURA 연구 결과 등을 소개하며, 기존 1~2세대 EGFR TKI와는 차별화된 타그리소의 혜택을 강조했다.

그는 "오시머티닙은 FLAURA 연구를 통해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에 뇌전이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엘로티닙, 게피티닙 대비 전체생존(OS) 및 무진행생존(PFS) 혜택을 보여줬다"라며 "오시머티닙이 보여준 뛰어난 중추신경계(CNS) 효능 및 안전성을 바탕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진행성 1차 치료에 오시머티닙을 '우선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 국가들이 표준치료제로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ADAURA 연구를 통해서는 수술이 가능한 1B~3A인 조기 단계 환자에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써 위약 대비 유의미한 무질병생존(DFS) 개선을 입증했다"며 "당시 보여준 위험비(HR)는 0.17로 오시머티닙은 이제껏 폐암 치료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현격한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 조기 단계 환자의 주요 과제로 꼽히는 뇌전이, 원격전이를 절반 이상 감소시키는 우수한 효과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지연 최고연구원은 타그리소가 이처럼 단계를 불문하고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표준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만 유독 진행성 1차 치료에서조차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FLAURA 연구의 OS 하위그룹 분석 결과를 보면 아시아인과 L858R 변이 환자 그룹에서 유독 위험비(HR)가 1.00으로 대조군 대비 혜택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이를 이유로 1차 치료에 오시머티닙 급여를 해주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점이 된 FLAURA 연구의 아시아인 데이터에 대한 한지연 최고연구원의 분석은 이렇다. 연구에서 'L858R 변이'와 'Exon19 결손' 환자의 비율이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에서 다른데, 실제 아시아인에서 L858R 변이 환자의 비중이 3분의 2 정도로 비아시아인에 비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데이터가 전체 데이터를 변질시켰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지연 최고연구원은 "FLAURA 연구의 일본 데이터를 살펴보면, 오시머티닙 투여군에서 초기에 약제를 끊고 다른 후속 치료를 진행한 환자의 비율이 높다"라며 "때문에 여기서 도출된 전체생존 데이터가 오시머티닙으로 인한 것인지, 후속 약제로 쓰인 다른 EGFR TKI로 인한 것인지 바이어스가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또한 글로벌에 비해 일본은 이상반응으로 인한 스위칭(약물교체)이 많았는데, 조기에 오시머티닙을 끊고 다른 치료제로 스위칭한 이유가 질병의 진행 때문인지, 아니면 이상반응 때문인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이러니칼한 점은 정작 일본은 FLAURA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오시머티닙 허가와 동시에 급여를 적용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자들은 일본 데이터의 영향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연 최고연구원은 "더이상 1세대 약과 오시머티닙의 효능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의료진은 항암치료에 있어 전체생존이 '골드 스탠다드'라고 하지만 환자 개개인에게는 '질병 없이 얼만큼 사는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라며 "암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가장 먼저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점에서 오시머티닙이 하루빨리 급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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