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호 교수 "TDCS 전세계 연구 활발…효과 논란 여지 적어"
"의료진이 사용량 설정해 오남용 불가…사용 여부 모니터링도 OK"
"위치·자극 강도·사용주기 등 치료법 발전 가능성 多"

여행, 출장 등으로 한동안 병원에 가지 못하더라도 처방 받은 우울증 약이 다 떨어질까 봐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처방한 약을 과다 복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도 없다.

이는 우울증 환자에게 항상 강조되는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국내 최초로 등장한 ‘우울증 전자약’에 대한 설명이다.

최근 와이브레인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우울증 전자약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 우울증 전자약은 주요 우울장애의 우울증상 개선에 사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자처방을 통해 오남용을 막고 재택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와이브레인은 주요 우울장애를 진단 받은 경증 및 중등증 환자 66명을 대상으로 TDCS(경두개직류전기자극법)의 우울증상 개선효과를 평가한 임상시험 결과, 6주 후 전체 환자 57.4%, 프로토콜을 준수한 환자 62.8%에서 우울 증상이 정상 범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당연히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으니 정부가 허가를 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궁금증은 가시지 않는다.

'정말 기계적 방법으로 우울 증상을 개선할 수 있을까?', '치료 효과는 어떻게 평가할까?', '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이상반응은 무엇일까?', '환자들이 생소한 장비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등과 같은 물음이 떠오른다.

이에 와이브레인의 우울증 전자약 임상시험을 주도한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를 만나 우울증 전자약의 궁금증을 풀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 우울증 전자약 임상시험을 주도했다고 들었다. 우울증 전자약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환자를 치료하나.

보통 우울증은 세포를 자극시키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우울증 전자약은 쉽게 설명하자면 전기로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치료법이다. 뇌는 세포의 연결이며, 그 세포는 활동 전위(action potential)로 연결돼 있다. 그러한 뇌에 2mA(밀리암페어) 정도의 미세한 전기 자극을 주면 그 자극으로 인해 조직의 전위가 변한다. 휴지 전위 상태의 세포막에 자극을 주면 세포 자체에서 전기가 나오게 된다. 따라서 자극 정도와 위치에 따라 세포 활동을 강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TDCS라고 하는 경두개직류전기자극기의 효과를 확인했다.

- 임상시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달라. 또 경구제 대비 우울증 전자약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항우울제로 치료하지 않는 우울장애 환자 66명을 대상으로 6주 후 관해 정도를 평가했다. 주관적 우울증 평가(Beck Depression Inventory, BDI) 척도가 1차 평가변수였으며, BDI 점수가 일반 사람과 비슷한 정도로 낮아지는지(12점 이하) 확인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6주 차에 저절로 관해되는 비율은 10~18%에 불과한 반면, 치료군은 60%에 달하는 효과를 보였다. 항우울제로 2개월 치료 시 관해율은 30% 정도다. 전자약의 치료 효과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TDCS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많이 되고 있어,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적다.

다만 이번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사용 여부를 분석했는데, 환자는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장비가 켜지지 않았던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신뢰성이 없어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 주 5~7회 사용을 권했으므로 총 30회 중 70%인 21회는 해야 했다. 66명 중 21회를 하지 않은 8명은 최종 데이터에서 제외했다.

-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이상반응은 없었나.

다른 약에 비하면 미미하나, 머리에 착용하는 밴드를 통해 전기 자극을 주기 때문에 피부에 직접 전극이 닿는다. 이에 따라 임상시험에서 피부가 약간 타는 느낌이 17건(약 26%), 빨개질 정도의 1도 화상이 6건(약 9%) 각각 발생했다. 피부가 두꺼운 사람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젊은 여성 등 피부가 민감한 사람에게는 자극이 될 수 있다.

병원에서 치료할 경우 피부 화상은 적게 나타난다. 재택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우울증 전자약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환자가 잘못 사용할 경우 이러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사용 전 식염수를 충분히 묻히면 화상을 입을 확률은 줄어든다. 2mA 정도의 작은 자극이고, 사용 시간 또한 30분에 불과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식염수를 붙이고 식히면 금방 괜찮아진다. 환자가 장비를 사용하기 전 충분한 교육과 설명을 병행하고 있다.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불편하다면 장비를 떼고 확인해 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줌(Zoom)으로 진행한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인터뷰 화면 캡쳐
줌(Zoom)으로 진행한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인터뷰 화면 캡쳐

- 자가 사용이 가능하다면 환자가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사용할 위험은 없나. 또 병원에서는 전자약 사용 환자를 어떻게 관리하나.

본체인 도킹 스테이션(docking station)은 병원에 있고 환자에게는 자극기만 주어진다. 제어는 병원에서 한다. 따라서 기계가 하루에 한 번만 켜지도록, 하루에 30분만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전기 자극도 병원에서 설정한 2mA의 자극만 주어진다. 정해진 정도 이상의 자극을 받거나, 오랜 시간 사용하는 등 과사용이 불가능하다.

물론 환자가 아예 사용을 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는 모든 약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구제 대비 장점이 있다. 경구제는 한 달 치를 처방하면 한 달 치를 한 번에 복용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반면 우울증 전자약은 의료진의 설정에 따라 환자가 몇 시에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약은 환자가 먹었다고 하면 의료진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전자약은 환자의 치료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환자가 내원했을 때 의사가 보는 컴퓨터 화면에 환자가 얼마나 치료했는지를 띄울 수도 있다. 병원에 있는 그 순간만 진료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장비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그밖에 전자약과 경구제의 차이는. 또 전자약 사용이 제한되는 환자는 없나.

경구제는 생화학적이다. 체내로 들어가서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세포에 붙어서 화학약품이 전기 전달을 변화시킨다. 전자약은 물리적 치료다. 제일 중요한 건 소화기계통을 쓰지 않아도 된다, 먹는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전자약은 약 복용을 싫어하는 일부 환자 또는 약 복용이 아이에게 영향이 갈 수 있는 임산부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뇌 수술을 받아 뇌 안에 전기 장치가 삽입돼 있는 경우 전자약 사용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으나,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간질 등 뇌에 전기적인 취약성이 있는 경우에도 사용이 조심스럽지만, 임상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판단되면 사용할 수 있으므로 거의 제한이 없다고 본다.

- 향후 전자약이 우울증 표준치료가 될 수 있다고 보나.

표준치료는 곧 ‘전자약이 어느 정도로 전면으로 나올 수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 기존 경구제와 효과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TDCS보다 앞서 개발된 TMS(경두개자기자극술)도 있는데 현재 한 가지 약물 치료 후 효과가 좋지 않을 때 쓸 수 있다. 2차 치료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장비가 커 환자가 병원에 와야 하는 TMS와 달리 TDCS는 병원에 한 번만 오면 장비를 가지고 집에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경구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사용 가능하다고 본다. 정신과 환자 중 경구제를 싫어하는 환자가 적잖다. 향후 급여가 적용되고 병원에서 수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보다 쉽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휴대전화처럼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기 때문에 기존 치료보다 길게 처방할 수 있고, 환자의 치료제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 한 번 설정을 하면 최대 3개월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초반에는 장기 처방을 하기 어렵겠지만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충분히 형성되면, 환자가 외국에 가서도 얼마든지 전자으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우울증 전자약의 한계와 개선점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우울증 전자약은 이제 시작 단계다. 현재는 표준 프로토콜만 사용한다. 좌측 전두엽에 1.5~2mA를 사용하는 식이다. 위치를 다르게 하거나 자극 강도, 사용 주기를 변화시키는 등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경험이 많이 쌓여야 한다. 아직까지는 전자약만으로 100% 치료할 수 없다는 것도 한계다. 임상시험에서 약 60% 환자가 나았지만 40%는 낫지 않았다. 나았다고 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발전할 여지가 많고, 충분히 발전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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