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ABL001 한국 권리 보유…지분가치 상승 기대
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개발 기술 부각

국내 기업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ABL001'을 개발하던 미국의 바이오벤처 트리거 테라퓨틱스(TRIGR Therapeutics, 이하 트리거)가 최근 다른 바이오벤처에 인수합병되면서 해당 국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ABL001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항암 치료제 후보물질로, 혈관내피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와 DLL4(Delta-like ligand 4)를 타깃, DLL4 매개 노치(notch) 신호전달과 신생혈관생성을 저해해 강력한 항암 활성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미국 바이오텍인 트리거가 2018년 11월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ABL001을 개발해왔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12일(현지시간) 또 다른 미국 바이오텍 콤패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 이하 콤패스)가 트리거를 인수하고 나섰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콤패스는 ABL001에 대한 글로벌 권리(한국, 중국 제외)를 가져가게 됐다.

콤패스는 미국의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으로, 20여개에 달하는 항체 면역항암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이 중 4-1BB 기반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CTX-471은 미국 1상 단계에 있다.

이번 합병에 따라 콤패스는 ABL001의 프로젝트명을 CTX-009로 변경하고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난소암, 담도암, 진행성 대장암을 대상으로 한 IND(임상시험계획)를 신청할 계획이다.

콤패스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토마스 슈츠(Thomas Schuetz)는 “1상 연구 결과, CTX-009를 투여 받은 말기암 환자군에서 부분 반응이 확인됐고 이를 바탕으로 2상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2상 연구에서는 CTX-009의 잠재적 함암 효과를 다양한 암 종에서 평가할 예정이며 현재까지의 데이터로 보아서는 유망한 항암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12일 한독은 콤패스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고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대상 ABL001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개발 정보와 과정을 공유하고 협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독은 한국 내 ABL001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또 기존에 ABL001을 개발하고 있던 트리거의 관계사이기도 하다. 한독은 2019년 트리거테라퓨틱스에 500만 달러(한화 약 56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 14.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트리거의 인수합병에 따라 한독은 향후 국내 임상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트리거테라퓨틱스의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 또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수합병의 대가로 콤패스가 트리거 주주들에게 지급하게 될 자사의 보통주는 총 1,026만5,154주다. 아울러, 트리거 주주는 CTX-009(ALB001)의 미국 BLA 승인에 따라 500만 달러를 포함해 수익금 최대 9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콤패스는 트리거 주주의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에 대해 동의했지만 한독이 콤패스와의 전략적 협력을 체결한 점에 비춰볼 때, 이를 행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001의 개발 가능성이 다시금 주목받으면서, 올 하반기 한독이 발표할 ABL001 2상 결과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한독은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ABL001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에 제출한 내용에 따르면, 한독은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 92명을 대상으로 ABL001과 이리노테칸또는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안전성, 내약성 및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현재 환자 모집 중으로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 4곳에서 진행된다.

여기에 ABL001의 원개발사인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기술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ABL001 국내 1b상을 진행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로부터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ABL001과 파클리탁셀(Paclitaxel)을 병용 투여한 결과, 담도암 환자에서 종양 크기가 감소하는 부분관해(PR)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향후 ABL001 기술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엘피사이언스 바이오파마(Elpiscience Biopharma)는 지난 1월 트리거로부터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내 개발과 판매 권리를 획득한 바 있다. 계약규모는 계약금 700만달러와 개발 및 상업화에 다른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1억1,700만달러(약1,318억원) 규모로, 경상기술료(로열티)는 별도다. 에이비엘바이오와 트리거는 양사가 합의한 비율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

에이비엘비는 지난 3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111(TJ033721)‘ 미국 1상 IND를 FDA에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인수합병에 따라 트리거가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 후보물질 5개에 대한 권리는 에이비엘바이오에 반환된다.

한편, 한독과 에이비엘바이오는 직접적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019년 에이비엘바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한독은 ABL001 외에도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T-세포 관여 이중항체’, ‘이중항체 기반 면역 항암제’ 등 2개 과제에 대해 국내 임상시험 및 상용화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추가로 ‘퇴행성뇌질환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 등 4개 신약 과제에 대해서도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우선협상권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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