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허가’→‘모델명 추가 허가’로 설명 바뀌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 공매도가 재개되며 주가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 지난 3일 셀트리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조건부 허가 사실을 번복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셀트리온 측은 실무 과정에서 벌어진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의약품·의료기기 개발 과정의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허가’ 내용을 혼동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기업의 발표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퍼져나가면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셀트리온 CI.
셀트리온 CI.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지난 3일 셀트리온은 오전 9시경 ‘셀트리온,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 식약처 조건부 허가 획득’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셀트리온이 지난 4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가검사키트 '디아트러스트 코로나19 항원 홈 테스트(Celltrion DiaTrust COVID-19 Ag Home Test)'의 조건부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자료를 통해 셀트리온은 "우수한 항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가 조건부 허가를 받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일반인들도 제품을 구입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공급을 서두를 것"이라고 첨언하며 조건부 허가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해당 발표를 통해 국내에서 셀트리온 제품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셀트리온제약을 포함한 여러 유통망을 통해 자사의 자가검사키트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료 배포 이후 셀트리온의 자가검사키트 ‘조건부 허가’ 소식은 각종 매체를 통해 퍼져나갔다. 국내에서 자가검사키트 조건부 허가를 받은 기업이 휴마시스와 에스디바이오센서(SD바이오센서) 단 2곳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조건부 허가’는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보도를 접한 이들에게는 일견 셀트리온이 지난달 23일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휴마시스의 제품과는 다른, 새로운 자가검사키트를 허가받았다고 착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특히, 교육현장 등 국내 자가검사키트 도입 계획이 속속 발표되는 만큼 자가검사키트의 국내 허가 및 유통은 새로운 ‘모멘텀’으로 인식되기에도 충분했다.

더욱이 이날 오전 셀트리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셀트리온 디아트러스트 코로나19 항원 홈 테스트’와 ‘휴마시스 코로나19 항원 홈 테스트’) 두 제품은 동일하나 셀트리온이 휴마시스와는 별도로 지난 30일 허가를 받은 게 맞다”며 조건부 허가 사실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3일 하루 셀트리온 주가 추이. 오전 셀트리온의 자가검사키트 조건부 허가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주가를 회복했다. 
지난 3일 하루 셀트리온 주가 추이. 오전 셀트리온의 자가검사키트 조건부 허가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주가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5시경 셀트리온은 또 한 번의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앞선 발표 내용을 뒤집었다. 별도의 조건부 허가 취득이 사실이 아님을 밝힌 것.

셀트리온 측은 “해당 제품에 대해 셀트리온이 4월 30일자로 별도 허가를 획득한 것이 아닌, 기존 휴마시스의 허가에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라는 모델명을 추가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도자료의 본문 내용 또한 기존의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 조건부 허가’에서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 모델 추가’로 변경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체외진단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신속한 모델명 변경·허가 길을 열었으나 이는 당초 신속한 수출 또는 통관을 위한 조치로, 셀트리온은 휴마시스와는 별도로 국내 유통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모델명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에 대해 셀트리온은 단순 착오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식약처로부터 획득한 허가가 조건부 허가가 아닌 모델명 추가 허가였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발표 번복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오후 배포된 두 번째 보도자료와 관련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여파는 그리 크지 않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공매도가 재개된 3일 셀트리온 주가는 전일 종가(26만6,000원) 대비 6.2%(1만6,500원) 떨어진 24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전일 종가(13만3,000원) 대비 5.04%(6,700원) 떨어진 12만6,300원, 셀트리온 헬스케어은 전일 종가(11만2,200원) 대비 5.97%(6,700원) 떨어진 10만5,5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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