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기 대표 “미세바늘로 피부에 약물 전달…통증↓·편의↑”
“전문의료진 접종 불필요·집단 면역에도 장점…상용화까지 4년 예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접목시킨다?

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로 인해 백신 접종 효율화가 전세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중 한 곳이 코로나19 백신을 피부에 ‘붙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쿼드메디슨이 그 주인공이다. 쿼드메디슨이 개발 중인 마이크로니들은 미세한 바늘로 이뤄진 패치를 피부에 부착하는 형태의 의료기기와 의약품이 결합된 융복합혁신제품이다.

쿼드메디슨 백승기 대표
쿼드메디슨 백승기 대표

쿼드메디슨은 의공학을 전공한 백승기 대표를 필두로 마이크로니들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백 대표 외에도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박정환 교수가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캔사스 주립대 해부생리학과 前 교수인 최성오 박사가 연구소장으로 합류해 있다.

쿼드메디슨은 mRNA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는 코로나19 백신 중에서도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접목할 백신으로 ‘DNA 백신’을 지목했다.

백승기 대표는 “DNA 백신은 쉽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음에도, DNA를 사람의 세포 안에 전달하기 어려워 쉽게 상용화되지 못했다”며 “현재 DNA 백신 접종 시 사용되는 전기천공법(electroporation)은 세포에 순간적으로 강한 전기장을 가해 세포벽에 일시적인 구멍을 만들고, 이를 통해 DNA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DNA 백신은 접종 시 큰 전압이 가해져 접종자가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며 “마이크로니들은 DNA를 코팅한 나노캐리어(nanocarrier)에 미세 전류를 흘려줌으로써 DNA가 세포 안에 들어가도록 해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니들의 특징 중 하나는 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근육 접종 방식의 기존 백신과도 차이가 있다. 어떻게 피부를 통한 약물 투여가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백 대표는 “피부는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보호막으로서 화학적 방어인자를 가지고 있다”며 “특히 표피층에 있는 랑게르한스 세포는 면역에 관여하고 항원을 인식해 항체 형성에 장점이 있다. 피부층을 표적해 약물을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을 백신 접종에 이용하는 게 적합한 이유”라고 했다.

쿼드메디슨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은 근육 접종 대비 적은 항원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근육 접종 시 필요한 백신 용량이 10μg이라면 마이크로니들에는 2~3μg으로 가능하다는 것.

통증이 적은 주사라는 건 곧, 기존 주사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제형이라는 의미다. 환자들의 주사제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숙련된 의료진이 접종해야 하는 기존 주사와 달리 패치만 부착하면 돼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게 마이크로니들의 장점이라고 백 대표는 강조했다. 또 국제 사회의 공공 백신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백 대표는 “국제기구가 아프리카로 다량의 백신을 보낼 때 마이크로니들을 사용하면 공급 가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백신 하나당 1.7달러가 소요되지만 마이크로니들은 개당 1.1~1.2달러 수준”이라며 "한 포장단위에 기존 주사기 100개가 들어갈 때 마이크로니들은 1만개가 들어간다"고도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대량의 백신이 전달될 경우 집단 면역 달성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생소한 분야인 마이크로니들 개발 과정에 어려움도 적잖았다고 했다.

백 대표는 “의료기기 관점에서 장비를 만들어야 하고, 장비가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하며, 제제가 기존 제품과 동등성을 갖춰야 하는 등 공학적인 관점에서 제약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불과 2년 전만 해도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이크로니들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게 올해 2월”이라며 “작년에서야 마이크로니들이 의약품이고, 무균공정을 통해 생산해야 한다는 지침이 나왔다”고 전했다.

백 대표는 “쿼드메디슨은 처음부터 무균공정의 필요성을 인지해 GMP(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환경에서 마이크로니들을 만들었다"며 “장비 개발부터 생산, 품질 관리까지 마이크로니들 솔루션에 대한 올인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기업도 쿼드메디슨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해 실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 대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고, 현재 비임상시험 단계이므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긴급승인을 신청하더라도 최소 4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쿼드메디슨은 향후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다른 백신 및 합성의약품에서도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할 계획이다.

백 대표는 “B형간염 백신 마이크로니들은 LG화학과 MOU(업무협약)을 맺고 1상 임상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다”며 “저개발국 영유아에게 투약이 용이한 5가 백신 마이크로니들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쿼드메디슨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간염,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등 LG화학이 생산한 5종의 백신을 제공받아 여러 구획으로 나눈 마이크로니들에 각각 탑재하는 제형과 공정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백 대표는 “제약사와의 협력으로 골다공증 치료제와 탈모 치료제의 마이크로니들 효과를 확인하는 1상 임상시험도 각각 진행할 예정”이라며 “백신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공익 사업이며, 합성제제는 수익성을 위한 사업이다. 향후 공익성과 수익성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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