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박진규 이사 “정부, 강제든 비강제든 의료이용 행태부터 준비해야”
의협 성종호 이사 “진료권과 생활권 다른 경우 많아 수정 필요”
“이용자에 대한 페널티‧인센티브 활용해 의료이용 문화 바꿔 나가야”
신의철 교수 “중진료권 설정, 어떤 기전‧배경으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를 목적으로 70개 중진료권을 설정하고 여기에 지역책임병원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환자들의 의료이용 행태를 바꿀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기획이사는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2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정부의 진료권 설정 점검과 지역의료체계 활성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지속가능한 효율적 의료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는 “의료에 대한 지역 격차와 의료비를 줄이고 상급종합병원이나 수도권으로 환자 쏠림도 완화한다는 생각에서 지역책임병원 개념이 나온 것 같다”면서 “단순히 (지역책임병원을)지정‧운영한다고 해서 환자들이 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이어 “지역에서 (지역책임병원으로)지정되지 않는 병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지역책임병원을 경쟁하는 곳으로 생각하면 환자를 그 쪽으로 안보내고 수도권으로 보낼 것”이라며 “정부에서 의료 재정을 투입하겠지만 원래 뜻하는 지역격차나 수도권 쏠림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지역 내 의료기관들의 협조를 얻어야 하며, 이를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박 이사는 “정부가 의원, 병원, (지역책임병원으로)지정이 안 된 종합병원에도 전부 인센티브를 주고 강제든 비강제든 의료이용 행태부터 변화하게 해야 한다”면서 “지역책임병원도 처음에만 장비 등을 지원하고 이후 운영을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안 된다. 진료비 가산이나 지역 가산, 야간 가산 등 등 환자가 늘수록 재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는 정부가 설정한 70개 중진료권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성 이사는 “정부가 설정한 진료권이 너무 좁다. 70개 아니라 조금 더 범위를 넓게 설정하고 필요하다면 서서히 줄여 나가는 게 필요하다”면서 “진료권 설정과 생활권이 다른 경우가 많아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책임(중증)병원은 의료취약지와 2차병원형에서만 필요하고 그 외에는 필요하지 않다”면서 “더불어 이송지원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지역책임(중증)병원의 필요성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도서지역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현재 진료권에선 완전히 누락돼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성 이사는 의료이용자에 대한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활용, 의료이용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했다.

성 이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의료공급자에 대한 투자와 인센티브로 진료권 설정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계속 이 방법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이사는 “이제는 의료이용자에 대한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활용, 의료 이용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면서 “여기에 진료권 설정을 조금 더 충실히 해나가면 정부가 원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가톨릭의대 신의철 교수도 정부의 중진료권 설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교수는 “(정부의 안은)공공의료기관이라는 특수 법인의 형태와 숫자를 늘리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본다. 현 공공의료의 문제점을 숫자의 문제로 파악하는 거 같다”면서 “하지만 숫자를 늘리면 해결될 일인지 분명하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진료권 70개를 만들었는데 어떤 기전과 배경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나와 있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우선 우리나라도 기존의 대진료권 8개, 중진료권 140여개가 있었지만 잘 안됐다. 왜 안 되고 있는지, 어떻게 (중진료권)70개로 통합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모자랐다”고 꼬집었다.

또 “(정부가)지역책임의료기관을 주장하는데 책임은 상대적인 의미다. 책임을 지고 싶어도 상대가 책임을 부여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면서 “지금도 지방에서 빅5로 가려고 하는데 70개로 나눠서 책임지겠다고 국민이 거기에 가겠냐”고 반문했다.

반면, 중진료권 설정이 세분화된 건 행정구역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천광역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처음에는 중진료권을 인구 15만명을 기준으로 하고, 도달 시간 1시간 이내, 지역친화도 등을 고려해 55개 정도 설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히 기능적인 논리였다”면서 “하지만 행정구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119도 행정경계를 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행정구역이라는 플러스 알파를 넣었고 더 많이 쪼개졌다. 정부에서도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의협 입장에서는 ‘70개 진료권은 인위적이다. 기능적으로 하자’는 말도 상당히 일리가 있다. 정부도 알고 있다”면서 “이에 정부도 의협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를 실제 적용 할 때에는 유연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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