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연준흠 보험이사, 수가협상 참여 경험 바탕으로 문제점 지적
“SGR 모형 적용 가능하려면 최소 원가 이상 수가 돼야”
“예년과 동일한 방식의 수가협상으론 특정과 몰락 막을 수 없어”

매년 이뤄지는 유형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이 공급자단체들에게 유독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연준흠 보험이사는 21일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계간 의료정책포럼’ 기고를 통해 “매년 수가협상에 참여한 위원들이 밤을 새어가며 조금이라도 인상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현행 수가계약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절실히 느끼고 허탈감과 공허함을 무한히도 느꼈었다”면서 “이제는 정말 합리적인 수가협상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적정수가만이라도 가능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수가계약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 이사에 따르면 건강보험 수가는 지난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 시행과 함께 보건복지부 고시로 결정돼 왔다. 그러다 2000년 7월, 상대가치점수제 도입과 함께 시작된 수가계약은 의료 공급자와 보험자(국민건강보험공단)간의 계약을 통해 결정하고, 결렬 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즉, 2001년도 수가부터는 일방적인 정부의 고시제를 벗어나 협상이라는 동등한 지위를 부여받은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가협상 과정과 결과를 보면 협상이라고 하기에는 보험자의 일방적인 통보와 공급자단체가 이를 수용여부만 결정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동등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수가계약 초기 공급자협의회와 공단이 단일환산지수로 계약을 하다 보니, 각 직역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2008년도 수가계약부터는 유형별 계약으로 변경됐다.

또 수가계약 시기가 직전 회기연도 45일전까지 체결하도록 돼 있어 10월 중순에 계약이 체결되다가 정부의 예산편성 이전에 수가계약을 완료해 차기연도 예산에 수가인상률을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 2012년 건강보험법이 개정, 2014년도 수가계약부터는 현재의 5월말까지로 수가협상 기한이 변경됐다.

하지만 그동안의 수가인상률을 감안해보면 수가계약 시점이 인상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게 연 이사의 생각이다.

연 이사는 “작년도 요양급여비용 증가율 등의 통계자료를 토대로 차기년도에 반영되다보니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기 위해 ‘오히려 수가협상 기한을 더 늦추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는 수가계약 시점이 수가인상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008년 유형별 계약으로 변경됨에 따라, 각 유형별간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으나, 협상과정을 보면 공단의 카운터 파트너가 공급자협의회에서 각 유형별로 세분화되다보니 이전에 비해 공급자단체의 힘이 분산되고 영향력이 약화된 단점이 있다”면서 “공단 입장에서는 모든 단체와 계약체결을 이루기 어렵다 보니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으며, 각 공급자단체의 경우 한정된 재정 하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인상률을 받기 위해서 공급자단체 간 치열한 눈치싸움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요양급여비용 점유율 분포가 가장 큰 대한병원협회와 의협 간의 전쟁으로 전락해버렸다”면서 “더불어 의원과 병원의 수가 역전현상이 계속 대두되다 보니, 규모가 큰 병원과 의원 간의 환산지수 격차는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의원급의 수가 인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동일 직역의 경우 단일 환산지수를 적용하되, 종별가산율 조정 등 정책적인 가산을 통해서 의원급을 배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 이사는 환산지수 연구와 수가협상 과정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 이사는 “공단에선 유형별 계약 이후로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모형 결과를 협상에 반영시키고 있다”면서 “하지만 SGR 모형은 거시지표의 선택과 목표진료비 산출 적용 시점에 따른 격차 발생, 장기간 누적치 사용에 따른 과대 또는 과소 편향 가능성, 산출결과의 실효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메디케어에 최초로 도입한 미국도 똑같은 문제로 14년간 적용을 유예하다가 2015년 영구 폐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공단은 SGR 모형에 따른 연구결과를 토대로 각 직역간의 인상률 순위를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른 격차를 반영해 수가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면서 “이렇듯, 매년도 수가협상을 공단이 연구한 SGR 연구결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몇 년간 지속적으로 SGR 모형에 대한 문제점을 공급자단체들이 제기해왔음에도 모형에 적용하는 MEI(인건비, 관리비, 재료비 증가율) 지표의 단순화 검토 이외에는 이뤄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연 이사는 “SGR 모형 적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행 수가가 최소 원가 이상은 돼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이 급여행위 원가율이 9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목표 진료비와 실제 진료비의 차이를 가지고 가감한다는 건 진료비 통제 목적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평했다.

또 “수가계약 시점을 5월로 앞당긴 건 정부의 내년도 예산에 편성하기 위함이었으나, 수가협상의 밴딩폭을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다보니, 결정된 재정인상분 내에서 유형 간 나눠먹기 식의 수가협상으로 전락하게 됐다”면서 “재정여건이 좋을 때는 ‘재정을 보장성 강화 정책에 투입해야 하므로 수가인상이 어렵다’는 논리, 재정여건이 나쁠 때는 ‘재정적자가 심해서 수가인상이 어렵다’는 논리”라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에는 문재인 케어에 따른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보험재정이 다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입장”이라며 “이렇다 보니, 최근 몇 년간 수가인상률 재정규모를 보면 2% 이내에서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의 여유에 따라 2% 규모를 넘느냐 아니면 못 미치느냐 인데 ‘답정너인 수가협상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언제까지 이런 의미 없는 협상이 계속돼야 하는지 정말 회의가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연 이사는 차기 의협 집행부에 최우선적으로 수가협상에 신경을 써야하며 이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 이사는 “저수가 상황에서 박리다매식 운영으로 유지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환자 감소로 폐업난을 겪고 있다”면서 “예년과 동일한 방식의 수가협상으로는 특정과의 몰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반면, 전국민이 다 어렵기 때문에 보험료를 동결해야 한다는 압박과 그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난 등으로 올해도 녹록치 않은 수가협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에 걸쳐 의원급 수가협상이 모두 결렬됨에 따라 2022년도 수가협상은 어느 때 보다 계약체결 여부에 대한 기대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더구나 코로나19로 환자감소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위해서라도 예년의 수준을 뛰어넘는 수가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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