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속도 조절‧의사 증원 막아낸 최대집 집행부 공 인정해야”
마타도어로 더뉴건강보험 좌초 아쉬워…건보 재정 확대 반드시 필요
차기 집행부에 국민건강 증진 노력‧대외활동 및 내부역량 강화 등 당부

오는 30일, 최대집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그리고 최 회장과 함께 일해 온 방상혁 상근부회장도 의협을 떠난다.

방 부회장은 지난 37대 노환규 집행부 때 기획이사로 일하다 진료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최대집 회장이 40대 회장으로 당선됐을 때 다시 의협으로 복귀, 지난 3년간 협회 내부 살림을 살피며 집행부를 이끌었다.

임기를 2주 정도 남긴 방 부회장의 소회는 ‘시원함 99%와 섭섭함 1%’였다.

방 부회장은 “두 번의 집행부에서 상근으로 일했는데 정말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의료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은 너무 지쳤고 힘들다. 지난 2014년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상처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방 부회장은 “지난 3년을 돌아보면 2019년 단식 투쟁 때가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 의사이지만 의학적으로 물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안 먹었을 때의 신체의 변화, 특히 뇌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 7일 동안 단식을 하면서 이를 굉장히 절감했다”면서 “한동안은 심한 기억 장애에 시달렸고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다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의사들이 단식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 초기 상근 이사 증원이 바로 이뤄지지 않아 일할 사람이 부족했다”면서 “새벽에 퇴근하는 게 다반사였다. 새벽 퇴근길에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도로에 차를 세우고 심호흡을 한참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이러다가 과로사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로 정부가 강행하던 문재인 케어의 속도 조절을 이뤄냈으며 의대 정원 확대 저지, 면허관리원 추진, 연이은 의사 구속 사태에서 회원 보호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방 부회장은 “집행부 초기 가장 큰 이슈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였다. 집행부로서는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했다”면서 “전국의사대표자 대회, 집회, 학회 등과의 연대로 정책 물꼬를 바꿨다”고 평했다.

이어 “실질적인 협상에서도 의료계와의 논의를 통해 정책 추진이 이뤄질 수 있게 했다. 특히 뇌혈관MRI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후 의대 증원도 막아냈다. 9‧4 의정합의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투쟁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최대집 회장이 나서서 투쟁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공은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 창구를 의협으로 일원화하면서 소통과 단합을 이뤄냈다”면서 “각 전문과 학회 및 의사회와의 모임 정례화는 현 집행부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차기 집행부에서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의사들의 자율적인 면허관리에 대한 첫발을 뗐다”면서 “우리가 자율규제권을 갖지 못하면 외부에서 계속 압박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율적인 면허관리의 필요성 회원들에게 설명하며 면허관리원 설립을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자율규제권 확보가)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집행부에서 큰 틀을 잡았다”고 전했다.

반면 집행부 초기 정부에 제시한 ‘더뉴건강보험’이 좌절된 건 큰 아쉬움이라고 했다.

방 부회장은 “일부 대의원의 마타도어 때문에 ‘더뉴건강보험’이 좌초됐다”면서 “‘더뉴건강보험’의 핵심은 국민건강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늘려 국민은 좋은 치료를 받고 의사들은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지가 왜곡됐고 이후 계속되는 의료악법들 때문에 다시 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1대 이필수 집행부에서 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방 부회장은 “실손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민들은 보험료 이중 납부의 피해를 본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표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올리자는 말을 함부로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실손을 통한 의료비 지출을 방조할 게 아니라 현재의 건보 제도 한계를 고백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이를 관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방 부회장은 “심평의학도 건보재정의 한계 때문에 생긴 것이다. 국민이 행복한 의료가 되려면 진료 환경이 행복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 재정 증가가 필수적”이라며 “양질의 진료는 장기적으로 의료 재정을 절감시키다. 건보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의협이 내야한다. 이는 의사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단체인 의협이 현 보건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 단체 등과 연대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또 이를 위해 대외활동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방 부회장은 “심평의학에 따른 진료제한에서 오는 의사들의 울분이 밥그릇 문제가 아님을 국회와 언론에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면서 “그리고 공무원을 무조건 적대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목표는 동일하다. 인격적으로 대하고 정책에 대한 설명과 이해 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필수 당선인과 함께하는 차기 임원진에게 “참모는 자신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리더가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도록 조언하고 방향이 정해지면 이를 잘 추진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회장의 결정이)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러한 역할을 통해 회무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몇몇 전문과의 이기주의로 회무를 해선 안된다”면서 “의료계 전체 틀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방 부회장은 의료계에도 몇 가지 당부사항을 전했다.

방 부회장은 “협회 임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사명감만이 아닌 좋은 대우를 받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회원들이 내는 의협 회비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대우 받는 임원들이 성과를 낸다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회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의료계 리더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면서 “매년 회장 불신임안이 올라오고 있는데 선동에 이끌리지 말고 불신임이 옳은지 거듭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에게 한 가지 조언하자면 의사에게는 진료 말고도 다양한 길이 있다. 진로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난 3년 내내 집행부를 지지해주셨던 회원들에게 감사하다. 회원들과 더 나은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어 행복했다”면서 “회무 수행에 있어 끝까지 고생하는 40대 집행부와 자문위원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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