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평위, '렉라자' 급여 적정성 인정…허가 3개월 만에 초고속 통과
암질심, 타그리소 1차 급여 또 '퇴짜'…적응증 확대 후 제자리 걸음

국내에서 허가 받은 3세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들의 행보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최초의 3세대 EGFR TKI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2018년 12월 1차 치료 적응증 확대 이후 번번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허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암질심은 물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까지 통과하며 초고속 2차 급여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9일 유한양행이 개발한 31호 국산 신약 '렉라자'가 약평위로부터 급여 적적성을 인정 받았다고 밝혔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로, 지난 1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에 EGFR-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사용토록 허가 받았다.

진행성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EGFR-TKI를 사용할 경우, 환자의 절반 수준에서는 획득 내성 변이인 'T790M 변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허가급여연동제를 통해 렉자라의 국내 급여 출시를 서두르고 있으며, 그 결과로 지난 2월 24일 암질심에 이어 8일 개최된 약평위까지 무사 통과하며 허가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약가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다만, 추후 진행될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에서도 소요기간을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렉라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타그리소'의 대체 약제로서, 정부는 현재 타그리소로 인한 재정 부담을 주여줄 약제로 기대하고 있겠지만 추후 렉자라의 글로벌 출시를 감안하면 참고가 될 국내 약가를 적정 수준 인정해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은 통상 60일간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와 유한양행이 순조롭게 렉라자 약가에 대한 합의를 이룬다면, 상반기 혹은 늦어도 6월 안에는 렉라자의 급여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렉라자의 초고속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타그리소의 폐암 1차 치료 급여 행보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 중이다.

심평원은 지난 7일 암질심 회의을 열고 타그리소의 비소세포폐암 1차요법 급여 확대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과는 또 '부적합' 판정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018년 12월 타그리소의 1차 치료 적응증 확대 이후 곧바로 급여 확대를 시도했지만, 2019년 10월 암질심은 타그리소의 3상 임상 FLAURA 연구의 전체 데이터 공개될 때까지 논의를 보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FLAURA 연구의 전체 데이터에서 하위분석 결과 타그리소가 아시아인에서의 전체생존 혜택 입증에 실패하자, 암질심은 임상적 유용성을 문제 삼으며 지난해 5월 부적합 판정을 통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체 코호트와 일관된 헤택을 보인 FLAURA China 연구 데이터를 추가로 제출하며 다시 한번 급여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암질심 통과에 실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암질심 위원들은 '회사가 제출한 FLAURA China 연구 결과가 아시안인에서 대한 그간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좌초된 타그리소의 1차 급여로 인해 환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중추신경계 혜택을 입증한 약제는 타그리소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진단 당시 뇌전이가 진행된 환자들에게 타그리소는 절실히 필요한 치료 옵션이지만, 비싼 약가로 인해 현재로는 말 그대로 '그림에 떡'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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