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 도입 논의 시작했지만 전문가들 부정적
이혁민 교수 “부정확한 대규모 검사, 안하는 게 낫다”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며 부정적이다.
위음성(가짜음성)이나 위양성(가짜양성)이 나올 확률이 높아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도 ‘위음성’으로 나온 자가진단 결과만 믿고 활동하는 확진자가 많아지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자가진단키트는 신속항원검사법을 활용한다. 그러나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sensitivity)가 낮아 선별검사에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고 출시된 신속항원진단키트인 에스디바이오센서의 ‘STANDARD Q COVID-19 Ag Test’를 검증한 결과, 민감도는 41.5%에 불과했다. 특히 Ct값 23.37을 초과한 검체에서는 민감도가 11%까지 떨어졌다. Ct값은 바이러스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Ct값이 높으면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다는 의미다.
더욱이 자가진단키트는 현재 수도권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진행되는 신속항원검사와 달리 검체 채취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 팀장인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결국 신속항원검사를 광범위하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41% 정도로 코로나19 감염자 2명 중 1명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가진단키트로 대규모 전수검사를 한 미국과 영국의 방역 상황이 어떤가를 봐야 한다. 엉망이다. 영국에서 확진자가 감소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이미 많은 사람이 감염됐고 백신 접종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가진단키트로 전수검사를 해서 방역에 성공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가진단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며 “우리나라 코로나19 1차 유행이 대구 지역 신천지 교인 중심으로 발생했고 이를 찾아낸 게 31번 환자였다. 그 환자의 Ct값은 21~25 사이였는데 만약 자가진단키트로 쓰이는 신속항원검사로 했다면 찾아내지 못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위양성 문제도 있다. 2일 기준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진행된 신속항원검사 1만8,289건 중 양성으로 나온 48건에 대해 RT-PCR 검사를 실시한 결과, 33.3%인 16건이 위양성이었다.
이 교수는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대규모로 실시하면 위양성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이같은 검사는 하지 않는 게 낫다. 이런 검사를 하면 할수록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검사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잘못된 검사로 인한 피해는 정말 크다”며 “자가진단키트를 지금 당장 도입하기보다 이번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그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확한 자가진단 플랫폼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우려는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지난 2일 개최한 전문가 회의에서도 나왔다. 자가진단키트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