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재창출·정밀 의학·신규 모달리티 등 분야 세분화
“연구 효율성 제고 위해 AI 신약개발 더욱 확대될 것”

최근 국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활발하게 협력을 이어가는 한편, 각 AI 신약 개발 기업들마다 저마다의 전략을 추진하면서 AI 신약 개발산업이 더욱 확대·세분화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 AI, 딥러닝

대표적인 국내 AI신약개발 기업인 온코크로스와 스탠다임, 신테카바이오는 최근 국내 제약사들과 함께 '약물 재창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약물 재창출은 특정 질환 치료제로 개발된 기존 약물로부터 새로운 질환에 대한 치료 효능을 발굴하는 신약개발 방법이다. 특히,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신규 기전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AI 기술을 적용해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탐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온코크로스는 지난달 22일 대웅제약과 공동연구개발 협약(MOU)을 맺고 후보물질 적응증 탐색에 나섰다. 온코크로스는 AI 플랫폼 ‘RAPTOR AI’를 통해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이나보글리플로진’과 ‘DWN12088’의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적응증을 대사질환·심장질환·신장질환 등으로 확대하고, 폐·신장·피부에 나타나는 난치성 섬유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PRS(Prolyl-tRNA synthetase) 타깃 치료제 DWN12088로부터 항암제 등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온코크로스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시리즈A·B를 거쳐 총 25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으며, 대웅제약 역시 이번 연구개발 협약 체결을 통해 온코크로스에 소정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SK케미칼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스탠다임도 약물 재창출을 통해 지난 1월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SK케미칼은 해당 후보물질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SK케미칼은 약물 재창출 방식을 이용한 만큼 이미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스탠다임은 2019년 7월 SK케미칼과 비알콜성 지방간과 류머티스 관절염 분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비알콜성지방간염과 류머티스 관절염에 대한 공동연구를 지속, 신약 후보물질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스탠다임은 한미약품과 T세포 타깃 항암제 후보 물질을 도출하고 있기도 하다.

코스닥 상장사인 신테카바이오는 약물 재창출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2월 AI 플랫폼 ‘딥매쳐(DeepMatcher)’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로 류코트리엔 수용체 차단제 ‘자피르루카스트(Zafirlukast)’와 혈소판응집 억제제 ‘설핀피라존(Sulfinpyrazone)’을 발굴한 신테카바이오는 두 약물의 병용 요법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STB-R011)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해외 임상시험 수탁기관(CRO)를 선정하는 등 해외 임상을 준비 중이다.

신테카바이오는 지난 1월 한미사이언스와 약물 재창출 및 적응증 확장에 대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테카바이오는 한미사이언스가 제시한 의약품과 타깃의 효과적 결합 및 개발 타당성을 검증한다. 신테카바이오에 따르면, 1차 연구 대상 질환은 코로나19다.

AI 신약개발과 정밀의료 분야를 결합한 프로젝트도 출범했다. 두 기술 간 시너지를 통해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목표에서다.

지난 2월 에이조스바이오와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는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제니아조스(GENIAZOS)’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양사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저분자 화합물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따라 지니너스가 임상-유전체 빅데이터 플랫폼를 기반으로 신규 타깃을 제안하면 에이조스바이오가 AI를 활용해 그 타깃을 검증·최적화하고 약물을 발굴할 예정이다.

‘모달리티(혁신 치료법)’ 개발 기업과 AI 신약개발 기업이 손을 잡은 사례 또한 주목받고 있다.

디어젠은 지난 2월 업테라와 프로탁(PROTAC) 약물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PROTAC(Proteolysis-Targeting Chimera, 표적단백질분해기술)’은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인 유비퀴틴 프로테아좀 시스템(Ubiquitin proteasome system)을 이용해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Protein of Interest, POI)을 원천 분해할 수 있는 신약 개발 기술이다.

이번 공동연구 계약에 따라 디어젠은 표적 단백질(Target Binder)의 예측과 신약 후보 물질의 최적화(Optimization)을 담당하게 된다. 업테라는 이후 물질 합성(Compound Synthesis)에서 임상 단계까지의 과정을 담당할 계획이다.

디어젠은 지난해 SK케미컬, 한독 등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대웅제약의 자회사인 아이엔테라퓨틱스와 함께 난청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생명공학 전문지 ‘라이프 사이언스 리뷰(Life Science Review)’가 선정한 ‘2021 APAC 바이오 분석 서비스 기업 TOP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AI 신약개발 기업들의 활동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연구 효율성, 그러니까 돈과 시간을 어떻게 아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제약업계에 대두되고 있고 BMS나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빅파마들이 이미 AI 신약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도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직은 국내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 단계지만 종국에는 국내 AI신약 개발 기업들도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며 “대다수가 비상장사인 AI신약개발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과 교류할 수 있게 정부가 나서 ‘바이오 USA’나 ‘바이오 유럽’ 참여를 지원하는 것도 해당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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