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등 맞춤형 제도 도입…한국에선 기존 수가 적용
남기병 교수 “웨어러블 의료기기에 맞는 수가체계 등 필요”

최근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 ‘IT기술+보건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의료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제품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진단의 정확도를 보다 높이고, 치료 효과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임상 현장에서 이들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로 장기간 안전성, 생소한 작동법 등 다양한 요인이 언급되는데, 업계에선 특히 ‘수가제도’를 결정적 요인으로 꼽는다.

미국, 영국 등에서 최근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빠른 시장 도입을 위해 공적보험 적용을 비롯 적극적인 보험급여 체계의 개선 등에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지난 1월 미국의 공적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관할하는 미국 보험청(CMS,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은 ‘혁신 기술에 대한 메디케어 보험급여(MCIT)’ 방안을 발표했다. 혁신 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로 선정될 경우 FDA의 인허가만 받으면 자동으로 미국의 공적보험 제도에 4년간 편입되어 수가코드를 적용 받을 수 있다. FDA 의료기기 인허가와 미국 보험청의 공적보험 수가코드 발급 절차를 간소화해 혁신 의료기기의 시장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새로운 웨어러블 의료기기에 맞는 보험급여 제도를 도입해 지원하고 있다. 2011년 상용화된 아이리듬 테크놀로지(iRhythm Technologies)의 심전도 검사기 지오패치(Zio-XT)가 대표적이다. 지오패치는 최대 14일 동안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다. 이 제품은 작고 가벼운 일회용 패치형태로 개발돼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으며, 미국 내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라는 새로운 검사용 의료서비스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지오패치가 출시된 해인 2011년, 48시간 초과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라는 임시 코드를 신설해 새로운 웨어러블 의료기기에 맞는 수가 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그 결과 지오패치는 기존의 24시간 홀터기록 중심이었던 미국 시장에 빠르게 안착해 현재 미국 전체 홀터 시장의 30~40%를 차지하게 됐다. 올해부터는 해당 임시코드를 정규코드로 전환하고 48시간 초과 7일 이하, 7일 초과 15일 이하로 검사기간을 세분화해 더 체계적인 보험수가 산정이 가능해졌다.

지오패치의 보험급여 적용 소식은 영국에서도 전해졌다. 작년 12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24시간 초과 심전도 검사가 필요한 부정맥 의심 환자들을 위한 검사법으로 지오패치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권고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평가하는 NICE의 첫번째 시범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NICE 역시 새로운 의료기술에 맞는 표준과 가이드를 개발하고, 임상적으로 효과적이고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디지털 기술을 늦지 않게 전국민 대상의 영국 공적보험(NHS, National Health Service)에 적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선 웨어러블 제품도 기존 제품과 동일 수가

국내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보험급여 환경은 해외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혁신을 거듭해가는 웨어러블 의료기기 발전 속도와 달리 보험급여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국내에도 미국과 영국의 지오패치와 같은 웨어러블 의료기기가 출시됐다. 에이티센스가 개발한 ‘에이티패치’가 그것이다. 이 제품은 최대 11일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가 가능하다. 기존 24시간 홀터기록의 낮은 부정맥 검출 가능성, 검사의 불편함, 대중화의 한계 등 의료계 미충족 수요를 보완하며 실사용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또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 2019년 10월 31일부터 12월 18일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에이티패치와 기존 심전도 장비를 동시에 적용해 48시간동안 유지하게 한 뒤 비교한 결과, 에이티패치가 기존 심전도 장비와 부정맥 감지하는데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반면 'noise rate'는 기존 심전도 장비가 17.5%로 나타나 에이티패치 2.5% 보다 높았다. 신호 손실은 에이티패치에선 관찰되지 않은 반면, 기존 심전도 장비에선 9.4%의 손실융을 보였다. 그 외 별다른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新웨어러블 의료기기에 맞는 보험급여 제도 개선 필요"

이렇듯 그 쓰임새를 입증했지만 에이티패치는 현재 기존 24시간 홀터기록과 동일한 수가코드를 받고 있다.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에 맞는 수가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에이티패치는 장기간 연속 검사를 위해 여러 기능의 부속품들을 일체화시킨 일회용 의료기기로 개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보험수가인 24시간 홀터기록의 경우 메모리, 배터리, 전극 등 일부 일회용 부속품의 경우만 치료재료로 별도산정하고 있어 현행 수가를 준용하기에 현실적으로 불합리한 구조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남기병 교수는 "가장 빠르게 의료 현장에 도입할 수 있는 웨어러블 의료기기인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기는 편의성뿐만 아니라 보다 정확한 부정맥 질환의 진단과 치명적인 합병증의 예방치료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혁신적인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빠른 도입을 위해서 그에 맞는 행위 수가와 치료재료 수가 적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