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V·코비박 등 국내 CMO 본격화
백신업계 “기술 장벽 낮고 신뢰도 높아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개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러시아 연구기관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이수앱지스는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Sputnik V)’ 기술이전 및 시생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수앱지스는 스푸트니크 V 생산을 위한 제조문서를 공유 받았으며 한국코러스 춘천공장에서 실제 생산을 같이 진행하면서 시생산을 준비해왔다.

스푸트니크 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연구소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으로, 지난해 8월 코로나19 백신으로는 세계 최초로 승인을 받았다. 현재 러시아, 헝가리 등 총 57개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현재 국내에는 지엘라파와 지엘라파의 자회사 한국코러스 주도로 스푸트니크V CMO 컨소시엄이 꾸려진 상태다. 이수앱지스의 이번 기술이전 및 시생산 또한 컨소시엄 참여의 일환이다. 컨소시엄은 바이넥스, 보령바이오파마,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휴메딕스 등 기업 6곳과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등 기관 1곳으로 구성됐다.

이 중 한국코러스, 바이넥스, 이수앱지스,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가 원료의약품(DS)을 생산하고 나머지 참여 기업들이 완제의약품(DP) 공정을 맡게 된다. 스푸트니크 V 컨소시엄은 총 5억 도즈를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수앱지스를 시작으로 스푸트니크 V 국내 CMO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인 바이넥스가 현재 CMO 본계약과 이를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논의 중이다.

스푸트니크 V 해외 공급 및 생산을 주관하는 러시아국부펀드(RDIF)와 개별 계약을 맺은 지엘라파는 컨소시엄과는 별도로 이미 지난해 12월 춘천에 위치한 한국코러스 공장에서 스푸트니크 V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CMO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은 스푸트티크 V 외에도 또 있다 .

쎌마테라퓨틱스가 러시아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코비박(CoviVac)’ CMO 계약을 추진하면서다. 코비박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으로, 지난 2월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승인 받았다. 현재 러시아 자국 내에서 허가를 얻었다.

코비박 CMO에는 쎌마테라퓨틱스 외에도 휴먼엔과 GC녹십자,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가 참여한다. 지난달 20일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 인력들이 한국을 방문해 GC녹십자 오창공장과 화순공장을 둘러봤다 .

지난 3월 30일 쎌마테라퓨틱스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될 위기에 놓였지만 업계에서는 중재 역할을 하던 쎌마테라퓨틱스 대신 GC녹십자가 러시아 측과 직접 CMO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렇듯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 백신 CMO가 이어지는 점과 관련해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낮은 기술 장벽’과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신뢰성 향상’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모더나나 화이자가 개발한 mRNA 백신의 경우, 국내에 mRNA 백신 개발 경험이 있는 업체가 하나도 없다. 해당 백신 CMO를 진행하려면 기술이전을 받아야 하는데 개발사에서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백신 같은 경우에는 국내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종류의 백신이라는 점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CMO를 진행하기에 부담이 적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푸트니크 V는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백신, 코비박은 불활성화 백신이다.

이 관계자는 또 “처음에는 업계에서도 러시아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는데 올해 초 의학저널 ‘랜싯(The Lancet)’에 스푸트니크 V 임상 결과가 발표된 이후 이러한 의심이 어느 정도 불식됐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한국의 백신 생산시설의 기술적 수준이 낮지 않고 물리적으로 가까운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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