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변 유현정 대표 “금고 이상 형 선고 받은 경우 죄질 가볍지 않아”
"범죄유형 불문 의약분업 이전 면허취소 땐 왜 문제제기 없었나"
“강력범죄 범한 의료인 면허취소, 의료인 신뢰 높이는데 도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 법률이 의료인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법조계 목소리가 나왔다.

또 의료계가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실제 한 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의료인의 수나 범죄의 종류 등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유현정 대표(나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유 대표는 “원래 (의약분업 이전)의료법에선 범죄 유형을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으면 의사 면허를 취소했다. 그 때는 이 문제에 대해 의료계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2000년 1월 의료법이 개정됐는데 그때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나 결격 사유를 의료법이나 보건의료관계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을 형을 받은 경우로 축소됐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직업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직업과 명백히 다른 특성이 있고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며 “환자가 의사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치료가 이뤄지겠냐”고 반문했다.

또 “통상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는 결코 죄질이 가벼운 게 아니다.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는 면허를 취소하는 게 맞지만 현행 의료법은 이런 문제를 거를 수 없다”면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건 전체 의료인의 신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대표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의료행위 위축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대표는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모든 범죄가 대상이 아니다. 의료행위 중 업무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빠졌다”면서 “의료행위를 하다가 나쁜 결과가 생겨 형사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면허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개정 법률안에 따르더라도 의료행위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대표는 “의료인이 한 해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 경우가 몇 건이나 되고 그 범죄의 종류나 유형이 무엇인지 정확한 팩트를 확인하고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면서 “단지 ‘의사가 민식이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되면 너무 부당하지 않냐’고 주장하는데 교통사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에서)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어떤 경우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지 구체적인 사례를 대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반대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몇 명이 어떤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지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정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 걸 확인한 후에 업무살과실치사상죄처럼 (법률 적용 대상에서)빼거나 재판 과정에서 그런 상황을 설명하면서 벌금형 이하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반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일침했다.

“정확한 의무기록 작성, 의사 자신을 보호하는 일”

이와 함께 유 대표는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너무 방어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의료분쟁 발생시)대형병원은 법무팀이 있어서 조금 낫지만 개원의들은 많이 힘들어지는데 꼭 드리고 싶은 말은 너무 방어적으로 대응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라며 “의료사고는 생명과 신체에 피해가 발생한 것이기에 환자나 그 가족이 굉장히 흥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담을 거부하거나 의료기록을 안주면 불신이 증폭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대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면담을 거부하지 말고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고 의무기록은 반드시 복사해 줘야 한다. 무언가 숨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면서 “환자나 가족에게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도는 이야기해도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잘못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환자나 그 가족이 과도하게 항의를 한다면 반드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도 했다.

나아가 유 대표는 의무기록 작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 대표는 “정말 강조하고 싶은 건 의사가 무엇을 했는지 잘 정리하는 게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라며 “대형병원이 아닌 경우에는 의사들이 의무기록을 허술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환자 주장에 대해 반박을 하는데 근거가 없어진다. 근본적으로 기재가 되지 않은 건 안한 것으로 본다”고 전말다.

이어 유 대표는 “법원은 수술은 기본이고 침습적 시술이나 주사, 봉침에 대해서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동의서가 없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불리하게 된다”면서 “기록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의무기록을 더욱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또 의사들이 의료 현장과 법률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 의료법을 공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대표는 “의료법에 의료기록 작성 의무도 있고 설명의무 규정도 있다. 또 의료인의 자격이나 의무 등을 규정한 조항들도 있다”면서 “이에 의료인들이 의료법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현장과 괴리가 있으면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의사들이 의견을 내지 않으면 탁상행정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 대표는 (가칭)의료법 학교 개설을 비롯 (가칭)‘의료판례집’ 발간, 법률구조사업 추진 등을 임기 중 중점 추진 회무로 꼽았다.

유 대표는 “새로운 임원진과 힘을 합해 의변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면서“ 지난해 발간한 의료법 주석서를 바탕으로 (가칭)의료법 학교를 개설해 의료법에 대한 지식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10년 넘게 이어온 판례발표 결과를 종합해 ‘의료판례집(가칭)’을 발간하는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의료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들이 그간 보건의료판례가 어떻게 변했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를 정리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며 “더불어 오랜 기간 의변의 숙원사업이었던 법률구조사업이 첫 발을 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편 유 대표는 최근 의료소송에서 감정, 특히 신체감정을 받기가 어렵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대표는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환자가 손해배상을 받고 싶으면 의사 쪽에서 뭘 잘못했는지, 과연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가 뭔지를 증명하는 게 감정을 통해 이뤄진다. 그래서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의료진의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진료기록 감정이고 이 사람에게 얼마나 장애가 발생했고 얼마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치료비는 얼마나 들어가는지 등을 알아보는 게 신체감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감정이 점점 안 되고 있다. 법원에 가진 감정 풀(pool)이 있는데 무작위로 지정해 보내면 다 반송을 한다. 나중에는 법원이 가진 명단에서 한 사람도 남지 않게 된다”면서 “실제로 맡고 있는 사건에서 감정이 안돼서 1심 판결이 5년 동안 안 나온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체감정은 환자가 직접 가서 검사도 받고 면담도 해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면서 “신체감정 지연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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