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보도 세미나, 속도 경쟁과 왜곡된 보도 경향 비판
"백신은 과학인데 언론이 되고 정치가 돼버렸다"
방역당국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백신 관련 이슈 이끌어야

지난 4일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보도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언론의 백신 보도 방향에 대해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사진 출처: 뉴스톱 유튜브 중계 캡처). 
지난 4일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보도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언론의 백신 보도 방향에 대해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사진 출처: 뉴스톱 유튜브 중계 캡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둘러싼 논란에 언론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코로나19 백신 보도가 속도 경쟁과 여론 자극에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새언론포럼이 공동주최한 '코로나19 백신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는 언론의 백신 보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온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지난 해 독감 백신을 둘러싼 왜곡된 보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해 15개국을 대상으로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향을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는 두 달 사이에 접종 의향이 8%p나 하락해 네 번 째로 낙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을 바로 맞겠느냐는 조사에서도 15개국 중 12%로 수치가 가장 낮았다. 백신을 맞긴 맞겠지만 남들 맞는 거 보고나서 맞겠다는 기류가 한국에 전체적으로 퍼져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해 10~11월 독감 백신 (사망) 보도가 쏟아지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이게 백신 자체에 대한 거부감까지 높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역시 언론 보도가 백신 정책은 물론 방역 등 보건 역량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강 기자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보류에 대해 "우리 손에 쥔 백신을 언론 때문에, 그리고 언론의 눈치를 보는 정부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대부분의 언론이 집요하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문제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대중에게 안전성과 효과성에 문제가 있는 백신이 돼버렸다"며 "질병청과 예방접종전문위 등 전문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만 65세 이상에게 접종했다가 인과 관계에 상관 없이 사망 보도가 나오면 큰일난다고 생각해서 이런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보도에서 신중하고 정확한 보도가 실종됐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백신은 과학이다. 그런데 언론이 모든 걸 재난보도 하듯이 속도 경쟁을 하고 있다. 백신과 관련된 기사는 한 번 더 정제하고, 조사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며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다루면서 제대로 된 기획 기사를 쓰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잘못된 발언을 사실 정정 없이 보도하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이 교수는 "팩트가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서 지지자를 결집시키는데 이용되고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소모하게 한다. 각자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춰 서로 다른 정보를 소비하고 백신을 맞을지 말지 결정하는 상황이 됐다"며 "백신은 과학인데 우리나라는 백신이 언론이 되고 정치가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현재 언론과 정치 지형에서 방역당국이 백신과 관련된 이슈를 주도하길 주문했다.

강 기자는 "단기간에 언론 자정은 어렵다고 본다. 방역당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난 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 보도가 쏟아지자 방역당국은 정면돌파를 선택해 사태를 수습했다"며 "지금 백신 관련 이슈에서는 그때처럼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자꾸 끌려가니까 언론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고 간다"고 말했다.

조형국 경향신문 기자 역시 방역당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조 기자는 "이번에 정치권에서 코로나19 백신 1호 접종 논란이 일어나자 정 청장이 답변을 내놓아 불필요한 논쟁이 가라앉았다"며 "가짜뉴스나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역당국의 정책이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방역당국이 중심 결정권자로서 제대로 역할하는지 의문"이라며 "권한과 메시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상부에서 나오는데 책임과 뒤치다꺼리는 방역당국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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