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미생물학회, 아시아 4개국 진단검사 전략 공유
RT-PCR 기반인 한국·대만·싱가포르…일본은 LAMP 기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4개국이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적극적인 선제검사에 있다. 그러나 국가별로 대응 방식은 달랐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는 지난 2월 26일 ‘Laboratory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4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 대응 경험을 공유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정부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를 중심으로 민간협력체계를 구축해 진단검사 역량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과 전국 18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시행됐던 분자진단법인 RT-PCR 검사를 전국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했다. 또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도입해 코로나19 진단키트(시약)도 빠르게 출시됐다(관련 기사: [기획]해외도 놀란 韓 코로나 진단검사, '다 계획이 있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진단검사실 수용력을 성공적으로 확대했지만 모든 국가가 한국처럼 할 수는 없다”며 “분자진단검사 능력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코로나19가 더 확산할 수 있으므로 국가별 특성에 맞는 진단전략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RT-PCR을 기반으로 한 한국 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에도 다양한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고 했다. 신속PCR검사, 풀링(pooling) 검사 등이다.

이 교수는 “알려진 증상과 전염성만으로 코로나19를 진단하기는 어렵기에 검사와 추척, 치료로 이어지는 전략이 중요하다.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조기에 진단검사체계를 구축하고 검사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며 “진단검사실 역량을 빠르게 확대하려면 민간과 공공 간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의료 자원의 90%가 민간에 집중돼 있기에 코로나19 통제에 민간 참여는 중요하다. 민간기관의 참여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도 했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는 지난 2월 26일 ‘Laboratory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는 지난 2월 26일 ‘Laboratory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일본-대만-싱가포르, 검사 역량 어떻게 확대했나

한국과 다르게 RT-PCR 검사 역량을 갖춘 민간기관이 많지 않았던 일본은 신속PCR검사법인 LAMP(Loop-Mediated Isothermal Amplification) 검사를 도입해 한계를 극복했다. LAMP 검사법은 2시간 만에 결과가 나오지만 민감도는 RT-PCR보다 낮다. 일본은 LAMP 검사법을 도입해 민간기관에서도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기 시작한 이후 하루 검사 건수가 대폭 늘었다. LAMP 검사법 외에도 항원·항체검사도 활용되고 있다.

나가사키대 의과대학 야나기하라 가쓰노리 교수는 “일본은 LAMP 방식을 기반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빠르고 간단한 진단분석법을 개발하는데 전념했다”며 “LAMP는 RT-PCR보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지만 검사 시간이 2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나기하라 교수는 “RT-PCR은 최고의 표준 진단법이지만 일본은 충분한 검사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LAMP나 항원검사를 사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방역 선진국으로 꼽히는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RT-PCR로 선제검사를 빠르게 실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동화 분자진단법 등을 도입해 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를 업그레이드했다.

국립대만대 의과대학 Po-Ren Hsueh 교수는 “자동화되고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는 RT-PCR 플랫폼뿐만 아니라 현장진단용 신속핵산검사, 혈청 검사가 통합돼 선별검사 무기를 늘렸다”며 “진단검사실 역량을 올려 지역사회 전파를 성공적으로 봉쇄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성능이 검증된 다양한 진단키트 제품을 도입하고 민간기관으로 RT-PCR 검사 역량을 확대했다. 자동화 시스템도 개발해 도입했다. 하지만 진단검사 제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공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했다.

싱가포르종합병원(Singapore General Hospital) Lynette Oon Lin Ean 교수는 “해외 공급 업체에 많이 의존했다. 독일 등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을 많이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그들이 제품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며 “충분한 제품과 장비를 확보하고 공급업체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진단검사법과 제품군 다양화해야”

임상미생물학회 김미나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은 한국도 임상 현장에서 여러 진단법과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을 위한 진단검사 역량은 변화에 따라 개선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정책과 제도는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해 결정돼야 한다”며 “미국, 유럽 선진국들은 대부분 ‘대용량 자동화검사법’으로 가고 있다. 검사를 더 많이 하려고 하면서 인력이 더 많이 드는 취합검사법을 추진하는 것은 인력이 싼 resource-poor country에 적합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신속항원검사와 등온증폭법 등 저렴한 신속검사법이 계속 성능이 개선돼 이미 PCR 검사에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한 키트가 일본에서는 공항, 항만 검역에 필수 검사로 사용되고 있다”며 “가장 좋은 한 가지만으로는 여러 가지 수준의 검사실 대응에 역부족이다. 여러 가지 진단법과 다양한 제품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방역 선진국인 대만, 싱가포르도 우리나라보다 몇 배로 다양한,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제품을 확보하고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다”며 “환자 발생이 거의 없는 두 나라에서 우리나라보다 인구 대비 더 높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검사실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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