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법의 미래를 묻다 ③ 서울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
"중소병원서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무용지물"
"대리인을 통한 연명의료 중단 결정 폭 넓어져야 "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 결정이나 가족 동의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연명의료법 시행으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화두가 사회에 던져진 후 지난 3년 동안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만 80만명에 이를 정도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됐던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연명의료법 시행 3년을 돌아보면 의료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거나 법 자체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잘되지 않는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청년의사는 연명의료법 논의 초기부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3인을 만나 연명의료법이 나아갈 방향을 들었다.

연명의료법 논의 초기부터 임종기와 말기 구분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서울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는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고 했다.

허 교수는 “암환자의 경우 별 쟁점이 없지만 암을 제외한 질환의 경우 말기인지 임종기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우리나라 법이 이를 구분해놨기 때문인데, 다른 나라 입법사럐를 보면 ‘터미널(terminal)’이라는 용어 하나로 정리돼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런 부분부터 차근해 정리하고 말기환자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식물상태, 치매 등에서도 조건을 만족할 때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단계적으로 나아가 서양에서 인정하는 안락사 단계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또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80만명을 넘었지만 법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제한돼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허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도 중소병원에서 작성한 것은 전산처리가 안돼 볼 수도 없고 법 적용을 받을 수도 없다”며 “현실적으로 대형병원에서 사망할 때만 유효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다른 나라 입법사례를 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이렇게 적용하지 않는다”며 “집에서 사망하라 때도 적용받게 돼 있다. 우리는 그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윤리위, 많을 필요 없어

이런 의미에서 허 교수는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를 너무 많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허 교수는 “의료기관 윤리위 구성을 위해 수가를 더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수가로는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람을 모으고 유지해야 하는데 지방 중소병원들은 그만한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의료기관 윤리위가 너무 과잉돼서는 안된다. 애초에 법이 윤리위 중심으로 돌아가서도 안된다”며 “윤리위는 통상적으로 예외인 상황에만 작동하면 되고 그런 상황이 많지 않고 발생했을 경우 상급기관에서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입장에서 최선의 결정’ 법에 명시해야

허 교수는 대리인을 통한 연명의료 중단 결정 폭도 넓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명의료와 관련해 ‘환자입장에서 최선의 결정을 해야 한다’는 문구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리인을 통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법적 대리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연명의료법 입법 당시에 무연고자의 경우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원안이 올라갔는데 반대가 많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물론 대리인을 통한 결정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재산 등의 문제로 넘어가기도 한다. 입법 과정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단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일본의 경우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애매할 때 ‘환자입장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따져 결정하도록 법에 명시했다”며 “우리나라도 법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해 ‘환자 입장에서 뭐가 최선인지 고려해서 결정한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허 교수는 “인간이 살아있는 한 죽음은 언젠간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며 “의료기술이 계속 발전하기 때문에 (연명의료와 관련된 분야도) 계속 진화하는 영역이 될 것이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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