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숙 명예교수

2019년 말 나타난 사상 초유의 SARS–COV-2(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유행병(pandemic)이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 1년이 넘었다. 최근까지 지구상에서 1억 명이 넘는 인구가 확진을 받았다고 한다.

연세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숙 명예교수.

각국의 정치 경제적 후원 하에 치료를 위한 의료진의 노력과 극복을 위한 과학자들의 밤낮 없는 연구결과로 다행히 백신이 개발돼 이제 접종이 시작됐다. 사실 백신과 관계없이 생각해도 외부 감염원에 의한 인간 질병에 대한 이해와 극복을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의 반응이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 알아야만 한다. 모두들 알고 있는 대로 면역반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신속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감염원을 찾아내는 일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 질환을 이겨내고 지구상에서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질병에 대한 병인 기전 이해와 함께 우리 인체에서의 면역반응이 어떤지 그 특징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감염 초기에 보여준 K방역과 우리나라 진단시약 회사들의 K-바이오 저력은 놀라운 것이어서 국가의 위상까지 바꾸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뒤돌아서 아쉬운 점도 찾아볼 수 있다. 조기에 실시간 중합효소법(RT-PCR)을 이용해 신속 정확하게 진단해 발견하고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자를 찾아 확진하고 치료하면서도 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과 병인 기전에 대한 기본 연구가 같이 동반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위해 지금까지 개발된 검사들은 다른 감염병에서와 비슷하게 크게 두 가지, 즉, 진단검사와 항체검사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진단검사는 활성 감염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 또는 분리되는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검사로 초기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데, 현재 두 종류의 진단 검사가 있다. RT-PCR 검사로 알려진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을 감지하는 분자검사와 바이러스에서 특정 단백질을 감지하는 항원검사다.

다른 하나는 항체검사다. 특정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위협요소에 대응해 인체의 면역체계에 의해 만들어진 항체를 찾는 것으로, 진단을 위한 초기 검사용이라기 보다는 감염에 대응해 싸우는 우리 몸의 항체를 알아보는 검사다. 항체는 감염 후 형성되는데 며칠에서 몇 주까지 걸리며 회복 후 혈액 속에 몇주 이상 또는 아주 오래 머물러 있게 된다. 따라서 초기 진단을 위한 검사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무증상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노출 여부를 알아보거나 노출 후 늦게야 선별진료소를 찾아 온 경우에 RT-PCR과 함께 항체검사를 실시해 보완적으로 진단검사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의 존재가 미래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면역을 갖도록 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 상태다.

그런데 항체검사는 왜 필요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인체에서의 면역반응은 세포면역과 체액면역으로 나눠진다. 주로 항체를 검출하는 체액면역은 혈청에서 항체의 검출, 추적을 통해 이 감염병에 대해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게 된다. 즉, 항체 생성률, 항체의 능력과 세기(중화능력), 노출된 사람들에서 생성된 항체의 지속기간 등, 감염병을 진단한 다음에 이어지는 치료 및 추적관찰, 재감염 등 감염병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기본이 항체검사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백신을 접종하게 되는 경우에는 백신의 효과 판정, 추가접종이 필요한지, 또는 몇 번이나 필요할지 등 항체검사로만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항체검사도 다시 총 항체량(Total antibody), IgM 항체, IgG 항체, Ig는A 항체 등 Class와 IgG항체에서의 G1, G2 와 같이 Class 내에서 subclass(아형)검사도 있다.

항체검사가 역학 및 임상적 연구와 진단, 추적 검사로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처럼 이번 Pandemic감염 항체의 지속기간이 1년 정도로 짧다면 Epidemic이 아니라 Endemic 감염병이 돼 지구상에 계속 남아서 우리 인류와 쭉 같이 살게 될 수도 있다.

이때 역학적 측면에서 보면 혈청학적 항체검사로 여러 인구집단에서의 바이러스에 노출된 비율을 알아내어 질병의 발병률과 유병률을 알 수 있다. 밀접하게 추적할 필요가 있을 때 인구집단에서의 혈청학적 유병률(Seroprevalence)을 측정해 그 자료를 기본으로 무증상 감염과 위험 요인을 밝힐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항체의 역가, 특히 중화항체의 역가의 경우에는 이 감염을 끝낼 수 있을지 예측하는데도 필수적이다.

환자 진단적 측면에서 봐도 현재의 분자진단법과 항체검사를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환자가 초기를 지나서 언제 진료실을 방문하든 또는 무증상 감염 환자인지 알아내는데 항체검사가 도움이 된다. 즉, 분자검사만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 또 혈청 내 항체검사는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에 대한 면역의 지속기간과 강도를 알아보는데 유용하다. 이미 한번 걸렸다가 회복된 환자에서도 재감염 여부의 예측이나 백신의 추가접종이 필요한지 등 역학적 임상적 특징을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검사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초기 K방역은 훌륭했는데 이 질병에 대해 가장 먼저 병인 기전을 밝힌다거나 백신을 개발한다거나 하는 앞을 내다보는 면이 부족한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외 백신의 효과 판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각국에서 여러 종류의 백신이 개발돼 접종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이 병에 대한 기본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백신 정책에 대한 지침을 정하기 위해서 항체검사가 필수적이다.

정치경제학적 측면에서도 언제 거리두기를 풀고 경제활동을 재개해도 될지, 각 나라의 국경 봉쇄는 언제 해제해도 될지 등을 결정하는데 항체검사 결과가 있어야만 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뒤따라가는 K방역으로 남지 않으려면 항체검사 도입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K-바이오 항체검사 시약이 이미 외국에서는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런 모든 항체검사의 필요성과 장점은, 정확하고 믿을만한 혈청 내 항체검사로만 가능하다. 충분히 검증된 검사법이 도입돼야만 한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자들 간에 공감이 형성된 지침이나 국제적인 진단 표준물질이 없는 형편이라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미국 식약청(FDA)이나 각국의 국가기관에서 EUA(긴급사용승인)로서 허가를 주고 있으며, 장차 검사 결과가 축적되면 데이터와 경험을 쌓아서 국제 표준물질과 기준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Pandemic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진단검사와 함께 항체검사가 필수적이다. 특히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백신의 효과 판정 외에, 감염병 대응 정책 및 국가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항체검사 자료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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