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적 사용승인·패스트트랙 준비 중”…약가 정책은 말 아껴

국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가운데 향후 임상 현장에서의 처방을 위한 유한양행의 다음 스텝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5일 개최된 렉라자 허가 기자간담회 모습.
지난 5일 개최된 렉라자 허가 기자간담회 모습.

유한양행은 지난 5일 렉라자 국내 허가를 기념해 온오프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유한양행은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xpanded Access Program, EAP), 패스트트랙 등 임상 현장에서의 렉라자 처방 확대를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임효영 임상개발부문장(전무)는 “국내에서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은 허가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보험급여 등재가 돼야만 처방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허가는 받았지만 보험급여를 통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동정적 사용프로그램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일정은 말하기 어렵지만 환자를 중심에 놓고 렉라자에 최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고려하고 있다

다만, 향후 약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한양행 공병준 이사는 “구체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폐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패스트트랙(신속심사대상)을 밟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국내 개발 신약의 상업화 기간을 단축하고 치료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 ‘신속심사제도’를 신설하고 담당 조직을 개편한 바 있다.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의약품은 허가 심사 처리기간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된다.

아울러, 유한양행 측은 1차 치료제 적응증 획득을 위한 글로벌 임상 3상(LASER301) 진척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굉장히 빠르게 환자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효영 전무는 “한국과 아시아 국가에서 예상했던 속도보다 빠르게 환자 모집이 이뤄져 아시아에서는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할 수 있다. 목표 환자 모집 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양인 환자를 좀 더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렉라자 임상의 책임연구자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와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조병철 교수가 연자로 참석해 그간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렉라자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안 교수는 발표를 통해 “기존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의 1차 치료제 임상에서 아시아인에서의 효능이 비아시아인에 비해 낮아 아시아인을 포함해 한국인에서 비소세포폐암치료제의 효능 검증이 필요했다”며 그간의 3세대 EGFR TKI 연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인에 대한 3세대 EGFR TKI 렉라자의 1차 치료 효과에 대해 안 교수는 낙관적 전망을 내보였다.

안 교수는 “아직 얘기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이제 렉라자와 이레사(성분명 게페티닙)를 비교하는 3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데이터가 나오면 효과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앞선 2상(LASER201)에서 전체 환자 181명과 적정용량 240㎎를 투여한 78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봤을 때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교수는 과거 한미약품의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 개발과 승인 이후의 개발 중단 사태와 비교할 때 이번 렉라자의 경우, 보다 엄밀한 과정을 거쳤다며 안전성 논란에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안 교수는 “올리타는 여러 가지 곡절로 인해 개발이 중단됐다. 연구자 입자에서도 가슴 아픈 경험”이라며 “그 때 당시에는 회사도 그렇고 연구자도 경험이 부족했다. 지금의 렉라자와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상에서부터 굉장히 꼼꼼하게 용량 결정을 했으며, 다음 임상 단계로 넘어갈 때도 연구자들이 매주 원격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엄청난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 교수는 ‘피부 독성’과 관련해 “렉라자의 경우, 대부분의 피부독성은 1,2등급이었고 3등급 이상은 3%도 되지 않았다”며 “전임상 단계에서도 피부 독성과 관련해 굉장히 좋은 결과가 나왔고 직접 지켜본 바에 따르면 크게 차이가 없고 오히려 (독성이) 더 적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조병철 교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병용 투여 시 어떤 약제와 가장 ‘궁합’이 좋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어떤 약제와도 잘 맞을 것으로 본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 로슈의 타세바(성분명 엘로티닙),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등을 언급하며 1세대든 2세대든 T790m이 내성 기전으로 나타나는 빈도에 차이가 없다는 게 현재까지 밝혀진 바다. 때문에 T790m이 있는 환자에서는 렉라자가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병철 교수는 경쟁 약제와의 안전성 비교를 묻는 질문에 대해 “뭐가 뭐보다 낫다고 말하는 데는 어폐가 있다”며 “승인 이후에 임상 현장에서 일부 장단점이 드러나겠지만 동일 임상에서의 비교가 아니라면 안전성 면에서 어느 약제가 더 우월하다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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